수정전시산표
회계기간이 끝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수정전시산표(Trial Balance) 작성이다. 총계정원장에 있는 모든 계정의 잔액을 한 곳에 모아놓은 표다. 차변 합계와 대변 합계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1차 목적이다.
왜 이걸 먼저 하는가. 기중에 수백, 수천 건의 분개와 전기가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숫자를 잘못 옮기거나, 차변과 대변을 뒤바꾸거나, 아예 전기를 빠뜨리는 실수가 생길 수 있다. 수정전시산표는 이런 기계적 오류를 걸러내는 첫 번째 필터다.
| 계정과목 | 차변 | 대변 |
|---|---|---|
| 현금 | 5,000,000 | |
| 매출채권 | 3,200,000 | |
| 소모품 | 400,000 | |
| 선급보험료 | 1,200,000 | |
| 건물 | 20,000,000 | |
| 매입채무 | 2,800,000 | |
| 선수수익 | 600,000 | |
| 자본금 | 20,000,000 | |
| 매출 | 12,400,000 | |
| 급여 | 4,000,000 | |
| 임차료 | 2,000,000 | |
| 합계 | 35,800,000 | 35,800,000 |
차변 합계와 대변 합계가 일치한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시산표가 일치한다고 해서 장부가 정확한 것은 아니다. 거래 자체를 아예 빠뜨렸거나, 같은 금액을 엉뚱한 계정에 기록했다면 차대가 맞더라도 오류가 숨어 있다. 시산표는 만능 검증 도구가 아니라, 최소한의 산술적 정합성만 확인하는 도구다.
수정전시산표는 결산수정분개를 하기 전에 작성하는 각 계정 잔액의 목록이다. 차대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분개 자체의 정확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산수정분개
왜 결산수정분개가 필요한가
기중에는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분개를 했다. 그런데 회계기간이 끝나고 보면, 장부에 기록된 금액과 실제 경제적 현실 사이에 차이가 생긴 항목들이 있다. 보험료를 1년치 선납했는데 6개월만 지났다거나, 은행 이자가 아직 입금되지 않았지만 이미 벌어놓은 수익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다.
이런 차이를 그대로 두면 재무제표가 왜곡된다. 결산수정분개(Adjusting Entries)는 이 차이를 바로잡는 작업이다. 발생주의 회계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금이 오갔는지와 상관없이, 해당 기간에 귀속되는 수익과 비용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
결산수정분개의 유형
결산수정분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발생분개와 이연분개다. 이 구분을 이해하면 결산수정의 절반은 끝난다.
| 구분 | 의미 | 예시 |
|---|---|---|
| 발생분개 | 이미 발생했지만 아직 기록하지 않은 것 | 미수수익, 미지급비용 |
| 이연분개 | 이미 기록했지만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 | 선급비용, 선수수익 |
발생분개 - 아직 기록하지 않은 것을 잡아내기
12월 31일이 기말이라고 하자. 은행에 예금을 넣어두면 이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은행은 보통 만기일에 이자를 지급한다. 12월 31일 시점에 아직 이자를 받지 못했더라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분의 이자는 이미 벌어놓은 것이다.
이것을 기록하지 않으면 수익이 과소계상된다. 그래서 결산일에 다음과 같이 분개한다.
| 구분 | 계정과목 | 금액 |
|---|---|---|
| 차변 | 미수이자(자산) | 300,000 |
| 대변 | 이자수익(수익) | 300,000 |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직원 급여가 매월 5일에 지급된다면, 12월 분 급여는 아직 지급하지 않았지만 비용은 이미 발생한 것이다. 이것이 미지급비용이다.
| 구분 | 계정과목 | 금액 |
|---|---|---|
| 차변 | 급여(비용) | 4,000,000 |
| 대변 | 미지급급여(부채) | 4,000,000 |
이연분개 - 이미 기록한 것 중 아직 안 된 부분을 걸러내기
1월 1일에 화재보험료 1,200,000원을 1년치 선납했다고 하자. 기중에는 이렇게 기록했을 것이다.
| 구분 | 계정과목 | 금액 |
|---|---|---|
| 차변 | 선급보험료(자산) | 1,200,000 |
| 대변 | 현금(자산) | 1,200,000 |
12월 31일이 되면 1년이 다 지났으니 보험 효과를 전부 소비한 것이다. 선급보험료(자산)를 보험료(비용)로 전환해야 한다.
| 구분 | 계정과목 | 금액 |
|---|---|---|
| 차변 | 보험료(비용) | 1,200,000 |
| 대변 | 선급보험료(자산) | 1,200,000 |
만약 6월 30일이 기말이라면? 6개월분인 600,000원만 비용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600,000원은 여전히 선급보험료(자산)로 남긴다. 이것이 이연의 핵심이다.
선수수익도 마찬가지다. 임대료를 3개월치 미리 받았다면, 기말 시점에서 이미 경과한 기간만큼을 수익으로 인식하고, 아직 경과하지 않은 부분은 선수수익(부채)으로 남겨둔다.
발생: 경제적 사건은 이미 일어났는데 장부에 아직 없다. 추가 기록이 필요하다.
이연: 장부에는 이미 있는데 경제적 사건이 아직 다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를 다음 기간으로 넘겨야 한다.
선행분개와 결산수정분개의 관계
이연분개에서 중요한 것은 기중에 어떻게 기록했느냐에 따라 결산수정분개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위 보험료 사례에서는 처음에 자산(선급보험료)으로 기록했다. 이것을 자산법이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비용(보험료)으로 기록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을 비용법이라 한다. 이 경우 결산일에는 아직 소비하지 않은 부분을 비용에서 자산으로 되돌려야 한다. 어느 방법을 쓰든 결산 후 최종 금액은 같다. 입구가 다를 뿐 출구는 같다.
소모품의 처리
소모품은 이연분개의 전형적인 사례다. 기초에 소모품 400,000원어치를 구입했고, 기말에 세어보니 100,000원어치가 남아 있다면, 사용한 300,000원을 비용으로 인식한다.
| 구분 | 계정과목 | 금액 |
|---|---|---|
| 차변 | 소모품비(비용) | 300,000 |
| 대변 | 소모품(자산) | 300,000 |
소모품 계정에는 사용하지 않은 100,000원만 자산으로 남는다. 단순한 논리지만, 재고를 직접 실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무에서는 꽤 번거로운 작업이다.
정산표와 수정후시산표
결산수정분개를 모두 마치면 수정후시산표(Adjusted Trial Balance)를 작성한다. 수정전시산표에 결산수정분개의 효과를 반영한 것이다. 이 시산표가 재무제표 작성의 직접적인 기초가 된다.
실무에서는 이 전체 과정을 하나의 표에 정리하는데, 이것을 정산표(Worksheet)라고 한다. 정산표는 일종의 작업용 메모지다. 공식 재무제표는 아니지만, 복잡한 결산 작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데 유용하다.
정산표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수정전시산표 열
기중 거래 기록을 반영한 각 계정의 잔액을 적는다. 차변 합계와 대변 합계가 일치해야 한다.
수정분개 열
결산수정분개의 차변, 대변 금액을 적는다. 이 열의 합계도 일치해야 한다.
수정후시산표 열
수정전시산표와 수정분개를 합산한 결과를 적는다. 재무제표의 직접 기초가 되는 숫자다.
손익계산서 열과 재무상태표 열
수정후시산표의 계정을 손익계산서 항목과 재무상태표 항목으로 분류한다. 수익과 비용은 손익계산서로, 자산, 부채, 자본은 재무상태표로 간다.
정산표는 비공식 문서다.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 담당자가 결산 작업을 정확하게 수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다.
재무제표 작성
수정후시산표가 완성되면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수정후시산표의 계정을 두 그룹으로 나누면 된다.
- 손익계산서 - 수익 계정과 비용 계정을 모아서 작성한다. 수익에서 비용을 빼면 당기순이익(또는 당기순손실)이 나온다.
- 재무상태표 - 자산, 부채, 자본 계정을 모아서 작성한다. 손익계산서에서 산출한 당기순이익이 이익잉여금에 가산된다.
- 자본변동표 - 기초 자본에서 기말 자본까지의 변동 내역을 보여준다. 당기순이익, 배당, 유상증자 등이 반영된다.
작성 순서가 중요하다. 반드시 손익계산서를 먼저 만들고 재무상태표를 만든다. 왜냐하면 손익계산서에서 산출된 당기순이익이 재무상태표의 이익잉여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손익계산서 없이는 재무상태표의 자본 부분을 완성할 수 없다.
손익계산서 (당기순이익 산출) → 자본변동표 (이익잉여금 반영) → 재무상태표 (최종 자산=부채+자본 확인)
장부 마감
재무제표를 작성한 뒤에는 장부를 마감한다. 마감이란 다음 회계기간을 위해 계정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구분이 하나 있다.
- 임시계정(명목계정) - 수익, 비용, 배당 계정. 매 기간 0에서 시작해야 하므로 마감이 필요하다.
- 영구계정(실질계정) - 자산, 부채, 자본 계정. 잔액이 다음 기간으로 이월된다. 별도 마감이 필요 없다.
손익계산서 계정의 마감
수익과 비용 계정은 기말에 잔액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집합손익(Income Summary)이라는 임시 계정이다. 집합손익은 마감 과정에서만 잠시 쓰이는 경유지다.
수익 계정 마감
모든 수익 계정의 잔액을 집합손익 계정으로 대체한다. 수익은 대변에 잔액이 있으므로, 차변에 기록하여 잔액을 0으로 만든다.
| 구분 | 계정과목 | 금액 |
|---|---|---|
| 차변 | 매출(수익) | 12,400,000 |
| 대변 | 집합손익 | 12,400,000 |
비용 계정 마감
모든 비용 계정의 잔액을 집합손익으로 대체한다. 비용은 차변에 잔액이 있으므로, 대변에 기록한다.
| 구분 | 계정과목 | 금액 |
|---|---|---|
| 차변 | 집합손익 | 7,500,000 |
| 대변 | 급여(비용) | 4,000,000 |
| 임차료(비용) | 2,000,000 | |
| 보험료(비용) | 1,200,000 | |
| 소모품비(비용) | 300,000 |
집합손익 마감 → 이익잉여금
집합손익 계정의 잔액(대변 12,400,000 - 차변 7,500,000 = 4,900,000)을 이익잉여금으로 대체한다.
| 구분 | 계정과목 | 금액 |
|---|---|---|
| 차변 | 집합손익 | 4,900,000 |
| 대변 | 이익잉여금(자본) | 4,900,000 |
이 과정을 거치면 모든 수익, 비용 계정의 잔액이 0이 된다. 다음 기간에는 깨끗한 상태에서 새로 수익과 비용을 쌓기 시작한다.
재무상태표 계정의 마감
자산, 부채, 자본 계정은 잔액을 0으로 만들지 않는다. 기말 잔액이 그대로 다음 기간의 기초 잔액이 된다. 이것을 이월(Carry Forward)이라고 한다. 현금이 5,000,000원이었다면, 다음 기간 1월 1일에도 현금은 5,000,000원에서 시작한다.
수익 계정 → 집합손익(대변) / 비용 계정 → 집합손익(차변) / 집합손익 잔액 → 이익잉여금. 이 3단계를 거치면 임시계정은 모두 0이 되고, 당기순이익은 자본에 편입된다.
자산, 부채의 측정과 기간이익
4장의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가 있다. 결산수정분개를 왜 하는가. 재무제표를 왜 정확하게 만들어야 하는가. 결국은 기간이익을 올바르게 측정하기 위해서다.
기간이익이란 특정 회계기간 동안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이다. 이것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해당 기간에 귀속되는 수익과 비용을 빠짐없이, 그리고 과대하지도 과소하지도 않게 인식해야 한다.
발생주의가 바로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원칙이다. 현금이 오갔는지가 아니라, 경제적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기준으로 수익과 비용을 인식한다. 12월에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12월의 수익이다. 돈을 1월에 받든 3월에 받든 상관없다.
자산과 부채의 측정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선급보험료가 자산인 이유는 아직 소비하지 않은 경제적 효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지급급여가 부채인 이유는 이미 발생한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결산수정분개는 이런 자산과 부채의 금액을 실제와 일치시키는 작업이다.
기말 회계처리의 목적은 단 하나다. 해당 회계기간의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수정전시산표로 출발해서, 결산수정분개로 바로잡고, 재무제표로 완성하고, 장부를 마감하는 전체 흐름이 이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