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란 무엇인가 - 네 가지 이중성
노사관계는 노동을 공급하는 근로자와 공급받는 사용자 사이의 관계다. 그런데 양쪽 모두 한 사람이 아니라 집단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개별 고용계약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실제로 노동조건을 놓고 협상하는 주체는 노동조합 간부와 경영진이다. 즉 노사관계의 본질은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사원집단과 관리자집단의 집단적 관계다.
여기에 한 명이 더 끼어든다. 개별 고객과 판매자의 거래와 달리 한 기업의 노사 갈등은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자주 개입해 조정하고 통제한다. 그래서 오늘날 노사관계는 사용자·근로자·정부 세 집단의 상호작용 복합체로 본다.
노사관계의 네 가지 이중성
노사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한 관계 안에 서로 모순되는 성격이 동시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 이중성 | 설명 |
|---|---|
| 협조 vs 대립 | 생산을 늘릴 때는 협조해야 하지만, 그 성과를 나눌 때는 서로 더 가지려 대립한다 |
| 개별 vs 집단 | 사원 개인과 사용자의 관계가 있는 동시에, 단체협약에 바탕을 둔 노조와 경영진의 집단 협상관계가 공존한다 |
| 경제 vs 사회 | 임금 등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신분·해고·경영참여 같은 사회적 지위까지 협상 대상이 된다 |
| 종속 vs 대등 | 생산 현장에서 근로자는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따라야 하지만, 근로조건을 정할 때는 대등한 입장에서 흥정한다 |
노사관계의 변천 4단계
산업화 과정에서 노사관계의 형태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단계적으로 바뀌어 왔다.
전제적 관계: 자본주의 초기, 소유자가 직접 경영하던 시절. 사용자의 절대명령과 근로자의 절대복종.
온정적 관계: 사용자가 협조를 얻으려 주택·의료·후생시설을 제공하는 가부장적 온정주의로 전환.
완화적 관계: 자본과 경영이 분리되면서 사용자가 전제적 성향을 누그러뜨리고 근로자 요구를 일부 수용.
민주적 관계: 전문경영자 영입과 기업 대형화로 단체교섭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근로자가 대등한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음.
조선시대 호남 농촌의 큰 집에는 여인들만 모이는 도가댁(都家宅)이라는 안 사랑채가 있었다. 동네 여인들이 모여 삼 삼기·물레질 같은 공동작업을 하고, 처녀들에게 일을 가르치고, 함께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웃 마을과 다툼이 생기면 도가댁 구성원이 집단으로 몰려가 아우성을 쳐 이겨냈다. 일제 초기 노량진 수원지 공사 때는 인근 도가댁 여인들이 속옷만 입고 몰려와 농성하며 반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형태만 다를 뿐, 집단의 힘으로 요구를 관철한다는 노동조합의 원리는 이미 농경사회에 있었다.
노사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
노사관계 관리자는 자기 기업의 특성만 봐서는 안 된다. 나라마다 경제상황과 법규정이 다르고, 같은 나라 안에서도 기업마다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향요인은 크게 외부와 내부로 나뉜다.
외부요인
- 경제상황의 역설 - 경기가 좋으면 사용자에게 여유가 생겨 분규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런데 불황기에는 노조 가입률이 오히려 떨어진다. 실업이 넘쳐 노동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노조의 힘이 약해지고 사용자가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 정부·법·여론 - 노사가 합의해도 정부가 반대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1960~70년대 군부독재기에는 노조가 활동기반을 거의 잃었다가, 6.29선언 이후 노조 결성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정치의 영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 노사정 삼자관계 - 우리나라처럼 노·사·정 삼자관계가 뚜렷한 나라에서는 정부와 정치상황이 가장 중요한 외부 변수다. 정치세력과 노동계가 서로를 활용하면 노사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내부요인
- 경영이념과 전통 - 노조가 거의 없는 재벌기업도 있다. 근로자가 주장할 만한 것을 미리 들어주겠다는 운영방침 때문이다
- 의사소통 문화 - 개방적인 회사는 불만이 문제화되기 전에 걸러져 해결되지만, 폐쇄적인 회사는 단체행동으로 밀고 나와야만 비로소 가시화된다. 노사관계 양상과 가장 관련이 깊은 변수다
- 산업 분야와 사원 구성 - 중공업·금융업·첨단산업에 따라 요구 수준이 다르고, 학력·근속연수 같은 신분 분포도 영향을 준다
- 노조의 성격 - 노조가 있는지, 강성인지 온건인지가 분규 발생 빈도와 직결된다
노동조합의 의미와 기능
노동조합은 임금근로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조직한 영구적 단체로 정의된다. 이 정의를 뜯어보면 세 가지 핵심 요소가 나온다.
| 요소 | 의미 |
|---|---|
| 주체 | 임금근로자. 자원봉사자 집단은 노조를 만들 수 없다 |
| 목적 | 부차적 목적이 있어도 최종목적은 근로자의 노동조건 개선이어야 한다 |
| 영구성 | 목적 달성 후 해체되는 임시조직이 아니라, 구성원이 드나들어도 조직은 항구적으로 존속한다 |
노동조합의 3대 기능
- 경제적 기능 - 노동력의 판매자로서 흥정·교섭하며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추구한다
- 공제적 기능 - 조합원 간 상호부조. 공제조합, 공동구매, 탁아시설 공동운영 등
- 정치적 기능 - 유리한 법 제정과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화 운동, 정치인 후원, 심지어 후보를 내어 선거운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 기능들을 수행하려면 부가적 활동이 필수다. 확보·유지 활동(가입자를 늘리고 탈퇴를 막음), 교육 활동(협상력·리더십·기술력 향상), 홍보·선전 활동(힘의 과시와 가입 권유), 조사·연구 활동(생계비·영업실적 조사), 지역사회 활동(지역봉사와 주민 선거활동 참여)이 그것이다.
인권을 가장 중시한다는 미국에서도 19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희생됐다. 특히 1860~1910년 약 반세기 동안 폭력을 동반한 충돌 속에서 노사관계가 정립됐다. 1886년 시카고 헤이마켓 광장에서 14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했고, 1892년 홈스테드 파업으로는 24명이 사망했다. 당시 노동자들이 외친 구호는 단 한마디였다. "우리에게 버터와 빵을 달라. 제발 더 달라, 지금 당장 더 달라!" 일부 대기업은 신문업자와 결탁해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집단사살하거나 경찰을 동원해 탄압했다. 이런 비참한 경험을 거친 뒤에야 미국은 세계 최강국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셈이다.
노동조합은 존재가치가 있는가
노조의 존재 목적이 사용자가 정한 보상보다 더 많이 받아내는 것이라면, 과연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까? 네 가지 쟁점으로 따져본다.
임금을 정말 올리는가
사원들은 노조가 임금을 높여준다고 믿지만, 수십 년간의 연구 결론은 아직 불확실하다. 노조 기업과 비노조 기업은 다른 조건이 너무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 미국에서도 대개 업종에서 노조·비노조 임금 차이는 1~4%에 불과했다. 임금 차이가 크다는 미국에서조차 이 정도라면, 노조가 임금 향상에 확실히 기여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장기 노동자와 단기 노동자의 입장차
노동운동은 비용을 들여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투자 행위다. 그런데 직장 이동이 잦은 요즘, 개선된 조건의 혜택은 결국 오래 근무할 장기근속 예정자에게 돌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장기근속 예정자는 대개 정규직·상위직급·고임금 직원이고, 정작 보호가 필요한 저임금 단기 노동자는 큰 혜택을 못 받는다. 그래서 단기 노동자와 노조는 서로에게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조직성과와 발언권
노조와 경영진은 하나의 파이를 놓고 싸우기도 하지만 협력해 파이를 키우기도 한다. 투쟁만 하면 성과가 떨어지지만, 일단 협력하기로 결의하면 노조기업이 비노조기업보다 제안제도·커뮤니케이션·직무몰입에서 더 강할 수 있다. 특히 발언권은 확실히 향상된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올려준 임금보다 노조가 개입해 타결한 임금에 근로자들이 훨씬 더 수긍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 긍정적 영향 | 부정적 영향 |
|---|---|
| 복리후생 강화·증대 자발적 이직 감소 생산성·기업성장에 긍정적 |
조합원이 비조합원보다 직무만족 낮음 관리자와의 갈등 빈번 조합원 간 소득격차 오히려 증대 |
노동조합의 유형과 연계
노동조합의 형태는 조합원의 자격과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갈린다. 이에 따라 노조의 크기·확장성·교섭력·연대관계가 모두 달라진다.
| 유형 | 특징과 장단점 |
|---|---|
| 직종별 노조 (craft union) | 인쇄공·제화공처럼 같은 직종 전문기능공이 회사와 무관하게 결성한 초기 형태. 어용화 염려가 적지만, 미숙련공을 배제해 소득격차를 키우고 파업 대상이 불분명 |
| 일반 노조 (general union) | 모든 회사의 모든 사원이 단결. 세력은 크지만 최저 조건만 확보하다 보면 하향평준화 위험, 의견이 너무 다양해 협상력 약화 |
| 산업별 노조 (industrial union) | 같은 산업으로 묶어 이해관계 통일. 규모가 크고 주장을 특성화할 수 있으나, 산업 내 기업·직종 간 이해가 엇갈려 응집력 약화 |
| 기업별 노조 (company union) | 회사별로 결성. 소속감과 단결이 강하고 정확한 요구가 가능하나 종속관계라 운신의 폭이 좁고 어용화 위험. 일본·한국에서 발달한 형태(종신고용·가족주의·짧은 산업화 기간 때문) |
노동조합 간의 연계
개별 근로자의 협상력이 약하므로 연대해 힘을 키운 것이 노조다. 그래서 노조끼리도 단계적으로 연계한다.
단위조합: 특정 지역이나 회사 안의 사원끼리 만든 조합. 독자적으로 의사결정·회계·집행.
전국연맹: 한 산업의 단위조합들이 연계한 산업별 노동조합. 단위조합은 지부·분회가 된다.
중앙조직: 전 산업에 걸친 전국적 상급단체. 우리나라의 한국노총·민주노총이 이에 해당하며, 둘이 전체 조직노동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가
가입 여부는 단순한 손익 계산만이 아니다. 얻는 것이 많다고 판단하면 가입하지만, 잃는 것이 더 많더라도 자기 주장이 무시되고 불만이 쌓이면 노조에 의존하려 한다. 혼자서는 개선이 불가능하거나 해고·미움이 두려울 때, 집단은 해고 위험이 적고 사용자에게 주는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가입을 원치 않는 이유
- 직무·임금·승진·환경에 만족할 때
- 경영진과 특수한 인간관계가 있거나 불가입 약속을 맺었을 때
- 사용자에 대한 저항이 결국 자기 손실로 돌아온다고 느낄 때
- 그 정도 불만은 감수해야 한다고 보는 가치관일 때
- 단체에 얽매이기 싫고 자기 능력으로 정식 대응하겠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숍 제도 - 신입사원과 노조의 관계 정하기
사용자는 아무도 가입하지 않기를, 노조는 모두 가입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신규 채용 때부터 사원의 조합 신분을 놓고 양자가 협상하는데, 그 방식을 숍 제도(shop system)라 한다.
| 숍 제도 | 내용 |
|---|---|
| 오픈 숍 |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모두 채용 |
| 유니언 숍 | 채용 후 견습기간이 지나 정식사원이 되면 가입 의무 |
| 클로즈드 숍 | 조합 가입이 채용의 전제조건 - 가장 강력 |
| 에이전시 숍 | 조합원이 아니어도 모든 사원에게 조합회비 징수 |
| 프리퍼런셜 숍 | 채용 시 조합원에게 우선순위 부여 |
| 메인트넌스 숍 | 가입 후 일정기간 탈퇴 불가 |
조직률은 왜 줄어드는가
세계적으로 노조원 수는 감소 추세다. OECD 평균 노조가입률은 2022년 기준 27.9%이고, 지난 20년간 가입률이 증가한 나라는 한국·칠레 등 4개국뿐이다. 감소 원인은 다음과 같다.
- 고급 노동자(화이트칼라·골드칼라)가 늘고, 전통적으로 노조가 강했던 섬유·철강·탄광 비중이 줄었다
- 복지제도가 정비되어 단체로 강하게 주장할 이슈가 줄었다
- 노조의 관료화·타성화에 싫증을 느끼는 근로자가 늘었다(개인화·자유주의 상승)
- 기계·로봇 대체로 노조원 증대가 원천 봉쇄됐다
- 단기근속 증가 - 곧 회사를 떠날 사람은 임금인상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비조합원도 조합원과 똑같은 임금을 받는다. 조합원이 투쟁으로 임금을 올리면 비조합원은 조합비·투쟁 없이 그 인상분을 누린다. 이 무임승차가 가입률 감소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2년 기준 CJ대한통운의 노조가입률은 8.5%인데 쿠팡은 1%에 불과하다. 쿠팡 물류센터는 곧 다른 직장으로 떠날 생각이 많은 MZ세대·초단기 노동자가 대부분이라 노조에 무관심하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공장을 77일간 점거하며 격렬히 파업했다. 법원은 불법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47억 원 배상을 판결했다. 이 소식에 한 시민이 4만 7천 원을 노란 편지봉투에 담아 신문사에 보낸 것이 '노란봉투 캠페인'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진보정당이 주축이 되어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는데, 골자는 두 가지다. ① 파업 손해의 배상책임을 개별 근로자별로 따져 묻도록 제한한다. ② 근로조건을 결정할 지위에 있는 자(예: 원청)도 사용자로 본다. 경영계는 불법파업 만연과 배상 산정 불가, 원청이 수백 개 하청 노조와 교섭해야 하는 혼란, 경영권 침해를 들어 반대했다. 닭이냐 계란이냐의 문제처럼, 결국 노사(勞使)가 아닌 노사정(勞使政)의 현명한 중재가 필요한 사안이다.
단체교섭과 교섭력 - 노동3권
단체협약(collective bargaining)이란 임금·노동시간·기타 노동조건을 놓고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협상해 결정하고, 그 결정을 시행·관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핵심 특성을 정리하면 이렇다.
- 노조를 통해야 단체교섭이다. 개별적으로 찾아가 협상하는 것은 단체교섭이 아니다
- 흥정된 사항을 계약서로 작성해 노사가 서명한 문서가 단체협약서다
- 단체교섭권은 단결권·단체행동권과 함께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이다. 사용자가 교섭에 응하지 않고 피하면 위법이다
- 계약으로 끝이 아니다. 이행을 감시하고, 불이행 시 다시 협상하는 절차까지 모두 단체교섭 과정이다
노동조합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노조가 유리한 위치에 서려면 가입비율이 높아야 하고, 근로자 능력이 좋아 회사를 나가도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 그 밖에 다른 직장 기회, 파업 적립기금, 실업보험, 파업자를 관리직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가 노조의 힘을 좌우한다. 정치 로비, 불매운동, 여론 호소도 압력 수단이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도구는 파업이다.
| 파업의 종류 | 내용 |
|---|---|
| 동정파업 | 다른 회사 노조가 약할 때 동조 파업해 유대감 강화 |
| 교대파업 | 지하철 기관사와 매표원이 교대로 파업해 전면파업과 비슷한 압력 |
| 연좌농성 | 정문에 연좌해 다른 노동자도 동참하게 함 |
| 돌발파업 |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타격 |
| 불매운동 | 사용자의 물건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방해 |
| 태업(사보타주) |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으면서 은근히 압력. 동조를 얻기 쉬움 |
18세기 프랑스 농부들은 고무신이 귀해 나무로 된 커다란 나막신 '사보(sabot)'를 신었다. 산업화로 공장노동자가 된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 항의하려 단체로 나막신을 신고 출근했다. 기계 속도에 맞추려면 재빠른 동작이 필요한데 나막신 때문에 부득이 생산량이 줄었다. 그러나 사용자는 고무신도 못 살 만큼 저임금을 주면서 나막신을 신지 말라고 호통칠 수도 없었다. 여기서 '태업(sabotage)'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용자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 직장폐쇄(lockout) - 가장 쉬운 대항 수단. 사업장을 잠그면 일하려던 비조합원이 파업에 반대하게 되고, 태업하던 근로자도 곤란해진다
- 노동대체 - 파업자 대신 임시직을 쓰거나 관리직을 투입(단, 우리나라는 쟁의기간 중 제3자 채용 대체가 불법)
- 재정능력 - 회사의 재무가 튼튼하면 파업이 길어져도 버틸 수 있다. 기다리면 근로자들이 생계 때문에 지쳐 복귀한다
단체교섭의 절차와 협상 기술
협상은 교섭력의 크기로 결정되지만 정당성의 한계를 넘어선 안 된다. 단체교섭은 대체로 다음 흐름을 거친다.
| 준비 | 요구사항 수집·정리, 교섭위원 선정, 전략 수립. 사용자도 노조 요구가 과대포장인지 확인하고 지급능력·재고·대체가능성을 분석 |
|---|---|
| 협상 | 교섭안을 차례로 제시하며 진의 파악. 양보와 위협을 섞되 교착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함 |
| 타결 | 합의 내용을 단체협약서로 문서화(번복 방지·사후관리) |
| 쟁의 | 결렬 시 파업·직장폐쇄로 실력행사 |
| 평가 | 협상 과정의 문제점을 정리해 차기 협상 자료로 활용 |
| 중재·조정 | 타협이 안 되면 제3자·정부가 중재. 불복하면 노동중재위원회 → 고등법원 행정소송 |
쉬운 것부터 요구하라 - 어려운 걸 먼저 꺼냈다 결렬되면 감정만 상한다.
일괄 처리하라 - 사소한 걸 하나하나 흥정하면 양측 다 지친다. 꾸러미로 묶어 주고받는다.
교환점을 활용하라 - 진짜 원하는 항목 앞에 여러 개를 양보하고 마지막 하나를 얻는다.
반대 제안을 하라 - 들어주기 어려우면 더 큰 것을 요구해 상대가 스스로 철회하게 한다.
상대보다 앞서가라 - 상대 요구 수준을 미리 추측해 수용·거부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영국병'은 원래 비타민D 부족으로 생기는 구루병을 뜻했지만, 영국의 노사관계가 파업 - 특히 불법파업 - 이 너무 잦아 고질병이 되자 그 별명이 됐다. 일은 적게 하고 혜택은 많이 누리려는 풍조, 기업인을 도둑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가 원인이었다. 1950년대 수출의 25%였던 공산품 비중이 1980년대 8%로 떨어졌고 실업률은 10%를 넘었다. 1979년 수상이 된 마거릿 대처는 영국병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고, 광산노조의 1년 넘는 파업에 군대·경찰을 동원해 맞섰다. 결국 노조가 항복하고 물가가 잡히며 경제가 회복됐다. 노사관계 하나가 한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사례다.
고충처리제도
단체협약서가 체결된 뒤에도 문제는 생긴다. 약속대로 실천하지 않거나 해석을 달리하면 분쟁이 된다. 근로자가 호소할 곳이 없으면 불만이 쌓인다. 이를 노조가 대신 협상·해결해주는 제도가 고충처리제도(grievance procedures)다. 고충은 주로 다음과 같은 사안에서 정식 문서로 제기된다.
- 사용자의 불공정한 대우, 불공정한 해고·좌천
- 과중한 노동량과 지나친 노동시간
- 복지시설·휴식·휴가의 부족
- 과도한 감독통제와 비인격적 대우
- 정실에 의한 불공정한 승급·승진, 고충 제안에 대한 상급자의 압박
처리 절차
고충은 단계별로 올라간다. ① 노조 현장대표와 일선관리자가 먼저 해결을 시도한다. ② 안 되면 노조위원회와 부서장(과장·부장·인사팀장)이 협의한다. ③ 그래도 안 되면 노조 최고간부와 최고경영자가 협상하고, ④ 끝까지 이견이 있으면 중재인과 양측 대표로 구성된 중재위원회가 처리한다. 시간 끌기를 막기 위해 단계별로 시한을 정해 두는 것이 핵심이다.
1987년 6.29 민주화 선언 전 6개월간 노사분규는 200여 건이었으나, 선언 이후 6개월간 3,600건을 넘었다. 그 시절, 한 회사 본사에서 노동자들이 "월급을 두 배로 올리라"며 농성했다. 사용자는 어이없어했다. 동종업계보다 이미 월급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심층 인터뷰 결과 진짜 원인은 월급이 아니라 상급자에 대한 불만이었다. 상사들이 반말투성이로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으니, 인간 취급도 못 받을 바엔 돈이라도 더 달라는 것이었다. 2023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2.3%가 가장 힘든 고충으로 차별대우·따돌림·괴롭힘을 꼽았다. 고충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존중인 경우가 많다.
경영참여 - 의사결정·자본·이익
경영참가는 근로자나 노조가 사용자의 관리행위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하면 노사 경직성이 풀리고, 사용자가 모르던 아이디어가 나오며, 근로의욕과 직무만족이 오른다. 참여 방식은 세 가지로 나뉜다.
| 유형 | 내용 |
|---|---|
| 의사결정 참여 | 노조가 의결권을 갖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공동의사결정제도와 노사협의제. 독일은 대기업 이사회 20명 중 절반인 10명을 근로자 측에서 선발한다(도제제도로 근로자 기술·생산성이 높았던 전통) |
| 자본 참여 | 근로자가 자사주를 보유해 출자자로 참여. 종업원지주제(회사가 수수료 부담·무이자 융자로 주식 매입 지원)와 노동주 제도(노동 제공을 출자로 보고 주식 제공) |
| 이익 참여 | 경영성과의 일부를 임금 외 보너스로 배분. 스캔론 플랜은 매출액 증가를 기준으로, 럭커 플랜은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배분액을 계산 |
스캔론 플랜 - 매출액 기준. 영업실적이 오르면 총이익에서 인건비 공헌도를 감안해, 실제 지불한 임금과의 차액을 임금에 추가한다.
럭커 플랜 - 부가가치 기준. 부가가치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정해 놓고, 부가가치가 늘면 그 비율만큼 임금을 추가한다.
인간관계 개선제도와 비노조 전략
근로자와 사용자는 공동운명체 안에서 협력해야 하는 인격체이자 감정적 존재다. 인격적 대우와 정서적 유대가 부족하면 기업목표 달성도 어렵다. 제도화된 개선기법으로 상담제도·사기조사·제안제도가 대표적이다.
상담제도
전문 상담자를 두어 사원의 불만과 고민을 자유롭게 털어놓게 한다. 회사일뿐 아니라 개인 가정사도 직장생활에 영향을 주므로 상담 대상이 된다. 상담자의 주의사항은 분명하다.
- 충분히 심정을 털어놓도록 시간과 분위기를 마련한다
- 상대 입장에서 듣는 적극적 경청과 감정이입
- 강제로 깊이 캐묻거나 성급하게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 비밀을 유지하고 당사자 동의 없이 상급자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사기조사와 제안제도
사기조사(morale survey)는 조직의 건전성을 점검해 사기 저해요인을 미리 제거한다. 측정 방법은 두 가지다. 태도조사는 직무·상사·임금에 대한 생각을 면접·설문으로 묻고(개방형 질문이 좋다), 통계조사는 이직률·사고율·결근율·고충 빈도 같은 수치를 분석한다. 단 통계는 수치일 뿐이므로 정성적 자료를 더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제안제도(suggestion system)는 사원의 개선안·아이디어를 위원회가 심사해 우수안에 포상하는 제도다. 현장의 개선정보를 얻고 창의력을 키우며, 노사분규로 번질 불만을 미리 알 수 있다. 다만 자유로운 제안, 익명 가능, 공정한 심사와 충분한 포상, 신속한 피드백, 일반근로자 대표의 심사 참여라는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제구실을 한다.
비노조 전략
노사갈등이 필연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노조 없이 협력관계를 잘 유지하는 기업도 많다. 점점 더 많은 사용자가 비(무)노조 전략을 경영전략으로 도입한다. 미국에서 1980년대 초 노조 가입률이 급감한 것은 사용자들이 노조 기대수준 이상으로 근로자를 대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 무노조 전략 | 내용 |
|---|---|
| 사원 우대 | 회사가 미리 알아서 들어주니 근로자가 먼저 노조를 원하지 않게 된다 |
| 공장 위치 | 노조 가입률이 낮은 지역에 입지(미국 뉴욕주 73% vs 사우스캐롤라이나 4%) |
| 관리 정책 | 다소 강경하게, 노조 운동가를 채용 단계에서 배제(위법 소지 있음) |
| 협력관계 유지 | 근로자 대표를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고 공동 노사위원회를 제도화 |
미국 남북전쟁 종전 협상에서 패전한 남군 리 장군이 승리한 북군 그랜트 장군에게 물었다. "저희가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막대한 배상금과 전범 처리를 각오하던 그에게 그랜트는 답했다. "단 한 가지만 요구하겠소. 당신 군대를 모두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시오. 타고 있는 말도 그대로 가져가시오. 귀향에 필요한 식량은 우리가 준비해드리겠소." 리 장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랜트가 쩨쩨하게 배상금과 처벌만 요구했다면, 오늘의 미합중국은 남북으로 갈라져 유럽의 먹이가 됐을지 모른다. 노사 협상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승리보다 더 큰 가치를 보는 쪽이 결국 이긴다. 그랜트는 후에 미국 18대 대통령이 됐다.
한 장 요약
노사관계는 으름장과 협조가 공존하는 집단적 관계이며, 사용자·근로자·정부 3자의 복합체다.
기초 - 네 가지 이중성(협조vs대립·개별vs집단·경제vs사회·종속vs대등). 변천 4단계(전제→온정→완화→민주). 외부요인(경제·정치·노사정)과 내부요인(경영이념·소통문화).
노동조합 - 3요소(임금근로자·노동조건개선·영구성), 3기능(경제·공제·정치). 4유형(직종별·일반·산업별·기업별). 연계는 단위조합→전국연맹→중앙조직(한국노총·민주노총). 숍 제도 6종. 조직률은 무임승차·단기근속으로 세계적 감소.
단체교섭 - 노동3권(단결·단체교섭·단체행동)은 헌법 명시. 노조의 무기는 파업, 사용자의 무기는 직장폐쇄. 절차는 준비→협상→타결→쟁의→평가→중재.
발전적 제도 - 고충처리제도, 경영참여(의사결정·자본·이익), 인간관계 개선(상담·사기조사·제안), 그리고 비노조 전략.
외워둘 핵심
- 노사관계 4대 이중성: 협조vs대립 / 개별vs집단 / 경제vs사회 / 종속vs대등
- 변천 4단계: 전제적 → 온정적 → 완화적 → 민주적
- 노동조합 정의 3요소: 임금근로자(주체) · 노동조건 개선(목적) · 영구성
- 노조 4유형: 직종별 · 일반 · 산업별 · 기업별(한국·일본형)
- 숍 제도 6종: 오픈 · 유니언 · 클로즈드 · 에이전시 · 프리퍼런셜 · 메인트넌스
- 노동3권: 단결권 · 단체교섭권 · 단체행동권 (헌법 명시)
- 이익참여: 스캔론 플랜(매출액 기준) vs 럭커 플랜(부가가치 기준)
- OECD 평균 노조가입률 27.9%(2022), 한국은 예외적 상승 후 보수정권기 13.1%로 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