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대장암 3기, 어머니의 투병기 -- 진단·수술·항암 부작용까지 가족이 겪은 1년

junetapa 2026. 6. 6 18 min read

어머니가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으셨다. 정확히는 직장암, 병기로는 3기였다. 진단을 받던 날부터 수술, 그리고 6개월에 걸친 항암치료를 곁에서 지켜보며 가족으로서 겪고 배운 것들을 기록해 둔다. 같은 길에 갑자기 들어선 누군가에게,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혈변을 가볍게 넘긴 11개월

돌이켜 보면 신호는 1년 전부터 있었다. 어머니는 변에 피가 섞여 나오고, 가끔 배가 아프고,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찾아오는 증상을 거의 11개월 동안 겪으셨다. 그런데도 병원을 미루셨다. "치질이겠지",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하고 넘긴 것이다. 시골에 사시다 보니 큰 병원이 멀었고, 자식들에게 걱정 끼치기 싫은 마음도 컸다.

이 부분이 가장 후회된다. 혈변은 절대 가볍게 넘겨선 안 되는 신호다. 치질로 인한 출혈은 보통 변 표면에 선명한 붉은 피가 묻어 나오지만, 대장암의 출혈은 변과 섞여 있거나 검붉은 경우가 많고, 배변 습관의 변화(설사와 변비의 반복, 변이 가늘어짐), 체중 감소, 빈혈을 동반하기도 한다. 어머니의 증상은 정확히 후자였는데, 우리 가족 누구도 그 차이를 몰랐다.

꼭 기억할 것

혈변, 배변 습관의 변화, 원인 모를 체중 감소가 몇 주 이상 이어진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설마"가 가장 위험하다. 어머니의 11개월은, 그 설마 때문에 잃은 시간이었다.

진단 -- 직장암 3기라는 말

결국 동네 내과에서 받은 첫 검진에서 직장에 종괴(덩어리)가 발견됐다.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굳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곧바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옮겨 조직검사를 받았고, 며칠 뒤 "악성", 즉 암이 맞다는 확진을 들었다. 조직형은 선암(adenocarcinoma), 중등도 분화였다.

확진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의사의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진료 때마다 질문지를 미리 적어 갔고, 녹음 동의를 구해 설명을 녹음했다. 나중에 집에서 다시 들으며 정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진단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실도 하나 드러났다. 어머니가 C형 간염 보균자였던 것이다. 무증상이라 본인도 모르고 계셨는데, 이 사실은 이후 항암제 선택에 중요한 변수가 됐다.

3기(Stage IIIC)는 무슨 뜻일까

대장암의 병기는 TNM이라는 기준으로 나뉜다. T는 종양이 장벽을 얼마나 파고들었는지, N은 주변 림프절로 얼마나 퍼졌는지, M은 간·폐 같은 먼 장기로 전이됐는지를 뜻한다. 어머니는 T3-T4, N2b, M0, 종합하면 3기 중에서도 진행된 3C기였다.

구분어머니의 결과의미
T (침범 깊이)T3-T4장벽을 뚫고 주변 조직까지 침범
N (림프절)N2b (10/25개)떼어낸 림프절 25개 중 10개에 전이
M (원격 전이)M0간·폐 등 먼 장기 전이 없음

가장 다행이었던 것은 M0, 즉 원격 전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림프절 전이가 10개나 된다는 사실은 무서웠지만, 먼 장기로 번지지 않았다는 것은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고, 항암으로 재발을 막는다"는 명확한 치료 목표를 세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의료진은 3기는 충분히 완치를 목표로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참고

국가암등록통계 기준 대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약 74%이며, 3기의 경우 수술 후 보조 항암치료를 더하면 재발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같은 3기라도 환자 상태와 종양 특성에 따라 예후는 다르므로, 통계는 어디까지나 참고일 뿐 본인의 예후는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

수술 -- 복강경, 그리고 장루 없이

수술 전에는 정확한 병기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검사를 거쳤다. 가슴·복부·골반 CT로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살피고, 직장 MRI로 종양이 장벽을 얼마나 파고들었는지와 항문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했다. 혈액에서는 종양표지자(CEA) 수치를 재서 이후 치료 경과를 비교할 기준값으로 삼았다. 이렇게 모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수술을, 어디까지" 할지가 결정된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이 어쩌면 가장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진단 후 치료는 빠르게 진행됐다. 입원 후 받은 수술은 복강경 직장암 근치적 절제술(TME, 전직장간막절제술)이었다. 배를 크게 열지 않고 작은 구멍 몇 개로 진행하는 복강경 방식이라 회복이 비교적 빨랐다. 수술 시간은 네다섯 시간 정도였다.

수술 전 우리 가족이 가장 걱정한 것은 장루(인공항문)였다. 직장의 아래쪽에 종양이 있으면 항문을 살리지 못하고 배에 인공항문을 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어머니는 종양 위치와 절제 범위가 허락되어 자연 항문을 보존할 수 있었고, 절제연도 깨끗하게(R0) 종양이 남김없이 제거됐다. 수술이 끝나고 집도의가 "잘 됐다"고 말해 주던 그 한마디에 온 가족이 복도에서 눈물을 쏟았다.

수술 후 찾아온 위기와 회복

수술이 성공적이었다고 안심한 것도 잠시, 진짜 고비는 수술 며칠 뒤에 왔다. 어머니에게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요로감염과 함께 복강 내 감염이 의심됐다. 가장 무서운 단어는 문합부 누출이었다. 장을 이어 붙인 부위가 새면 재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다.

의료진은 즉시 음식을 끊고(금식) 정맥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TPN(완전정맥영양)과 강력한 항생제 치료에 들어갔다. 며칠간은 정말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보존적 치료가 효과를 보이면서, 탁했던 배액관이 다시 맑아지고 염증 수치(CRP)가 빠르게 떨어졌다. 결국 재수술 없이 위기를 넘겼고, 죽부터 시작해 식사를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19일간의 입원 끝에 어머니는 퇴원하셨다.

곁에서 배운 것

수술이 잘 끝났다고 끝이 아니다. 수술 후 1~2주는 감염·합병증을 면밀히 지켜봐야 하는 기간이다. 미열, 배액관 색의 변화, 통증의 양상을 보호자가 기록해 두면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매일 체온과 상태를 메모했는데, 작은 변화를 일찍 알아챈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됐다.

항암치료 -- CAPOX 요법이 시작되다

3기 대장암은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한 뒤에도,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 재발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한 보조 항암치료가 필요하다. 어머니가 받은 요법은 CAPOX로, 먹는 항암제 카페시타빈(젤로다)과 정맥주사 옥살리플라틴을 함께 쓰는 방식이다.

치료는 3주를 한 주기로, 총 8주기(약 6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첫날 병원에서 옥살리플라틴을 정맥으로 맞고, 이후 2주 동안 집에서 카페시타빈을 하루 두 번 복용한 뒤, 1주간은 쉬면서 몸을 회복시키는 리듬이다. CAPOX가 선택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C형 간염이 있는 어머니에게 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외래로 통원하며 일상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으며, 탈모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항암 부작용, 실제로 겪어 보니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히 "힘들겠지"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곁에서 보니, 부작용은 종류도 많고 사람마다 양상도 달랐다. 어머니가 겪은 주요 부작용과, 우리가 대응한 방법을 정리해 둔다.

1. 손발 저림과 찬 것에 대한 민감 (말초신경병증)

옥살리플라틴의 가장 특징적인 부작용이다. 차가운 물이나 금속을 만지면 손끝이 찌릿하고 저렸고, 찬 바람을 쐬면 목이 조이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래서 찬물 대신 미지근한 물을 쓰고, 냉장고 음식은 실온에 두었다 먹고, 외출 시 장갑과 목도리를 챙기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 증상은 누적될 수 있어 의료진에게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2. 메스꺼움과 구토

항암 당일과 다음 며칠이 가장 힘들었다. 병원에서 미리 구토 억제 주사를 맞고, 집에서도 조프란 같은 진토제를 처방대로 복용했다. 한 번에 많이 드시기보다 소량씩 자주, 자극 없는 음식 위주로 드리는 것이 도움이 됐다.

3. 설사와 소화불량

CAPOX에서 흔한 부작용이다. 설사가 심하면 탈수로 이어질 수 있어 가장 주의해야 했다. 지사제와 장점막 보호제를 처방받아 두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했다. 다만 열이 나거나 혈변을 동반한 설사는 지사제를 함부로 쓰지 말고 즉시 병원에 연락해야 한다고 배웠다.

4. 백혈구 감소와 감염 위험

항암제는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도 함께 떨어뜨린다. 백혈구가 낮을 때 감염되면 위험하므로, 매 주기 전 피검사로 수치를 확인했고 집에서는 손 씻기와 마스크, 익힌 음식 위주의 식사로 감염을 예방했다. 수치가 많이 떨어지면 백혈구를 끌어올리는 촉진 주사를 쓰기도 한다.

5. 식욕부진과 피로, 그리고 간 관리

입맛이 없어 체중이 줄기 쉬웠다.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신경 쓰고, 필요할 때 영양 보충을 했다. 특히 C형 간염이 있는 어머니는 간 보호제를 거르지 않고 복용하고, 2주마다 간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했다. 진통제도 간에 부담이 적은 종류로, 정해진 최대 용량을 넘기지 않도록 관리했다.

6. 손발 피부가 벗겨지는 수족증후군

먹는 항암제 카페시타빈에서 특히 잘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손바닥과 발바닥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따끔거리다가 심하면 피부가 갈라지고 벗겨졌다. 어머니는 설거지나 오래 걷기처럼 손발에 열과 마찰이 가해지는 일을 한 뒤에 증상이 심해졌다. 그래서 손발에 보습제를 자주 발라 관리하고, 뜨거운 물·과도한 마찰·꽉 끼는 신발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 수족증후군이 심해지면 항암제 용량을 줄이기도 하므로, 손발 상태도 진료 때 꼭 보여 드렸다.

7. 입안이 헐고 입맛이 변함

구내염으로 입안이 헐어 음식을 삼키기 힘든 날도 있었다. 맵고 뜨겁고 거친 음식은 피하고 부드럽고 미지근한 음식 위주로 드렸으며, 식사 후 부드럽게 입을 헹구는 것만으로도 한결 편해하셨다. 또 입맛이 쓰거나 음식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셨는데, 이는 항암제의 흔한 영향으로 치료가 끝나면 서서히 회복된다고 한다. 그래도 잘 드셔야 체력이 버티기에, 드시고 싶어 하시는 것을 그때그때 소량씩 맞춰 드린 것이 좋았다.

반드시 병원에 연락해야 하는 신호

38도 이상의 발열, 멈추지 않는 구토나 설사로 물도 못 삼킬 때, 심한 복통, 황달(눈·피부가 노래짐)이나 짙은 소변. 이런 증상은 "다음 진료 때 말하자"가 아니라 즉시 병원에 알려야 하는 응급 신호다.

곁에서 가족이 준비한 것들

환자 본인만큼이나 가족도 준비할 것이 많았다. 우리가 실제로 도움받은 것들을 적어 둔다.

식사는 부드럽고 따뜻하게

수술과 항암을 거치는 내내 식사는 늘 고민이었다. 기본 원칙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자극이 없는 음식이었다. 기름기를 걷어낸 맑은 닭곰탕, 으깬 감자와 단호박, 잘 끓인 죽처럼 소화가 쉬운 음식을 소량씩 자주 드렸다. 회복과 면역에는 단백질이 중요해서 흰살생선·달걀·두부로 단백질을 챙겼다. 반대로 맵고 짠 음식, 기름진 국물, 찬 음식과 날것, 그리고 술은 피했다. 특히 항암 중에는 면역이 떨어지므로 충분히 익힌 음식만 드리고 위생에 더 신경 썼다. 한꺼번에 많이 드리기보다, 입맛이 있을 때 조금씩 자주 드리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잘 드셨다.

  • 산정특례 등록 -- 암은 중증질환 산정특례 대상이라, 등록하면 급여 진료비의 본인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확진 직후 병원의 도움을 받아 신청했다.
  • 질문지와 녹음 -- 진료 전 궁금한 것을 미리 적고, 동의를 구해 설명을 녹음했다. 정신없는 진료실에서 놓치는 정보를 줄여 준다.
  • 식이 관리 -- 기름기를 뺀 부드러운 음식, 따뜻한 물과 보리차 위주로. 맵고 자극적인 음식과 찬 음식은 피했다.
  • 기록 -- 체온, 약 복용 시간, 부작용을 매일 메모했다. 진료 때 그대로 보여 드리면 의료진이 상태를 파악하기 쉽다.
  • 정서적 지지 --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 불안해하는 어머니 곁을 지키고, 함께 천천히 걷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그리고 같은 길을 걷는 분들께

어머니는 정해진 항암 일정을 견뎌 내고 계신다. 항암이 끝나면 일정 기간마다 혈액검사와 CT로 재발을 살피는 추적 관찰이 이어지고, C형 간염도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치료할 계획이다. 아직 끝난 싸움은 아니지만, 한 고비씩 넘어갈 때마다 가족은 조금씩 단단해진다. 처음 진단을 들었을 때의 막막함과 비교하면, 지금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무게가 다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갑자기 가족이 암 진단을 받으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랬다. 그러니 같은 상황에 놓인 분들께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첫째, 증상을 미루지 마시라. 둘째, 진단을 받으면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을 만나 차분히 계획을 세우시라. 셋째, 3기라는 진단에 절망하지 마시라. 대장암 3기는 적극적인 치료로 충분히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단계다. 그리고 환자 곁의 가족이 무너지지 않는 것, 그것이 생각보다 큰 치료의 일부다.

참고 자료

  • 국립암센터 국가암정보센터 -- 대장암 (cancer.go.kr)
  • 국가암등록통계 -- 암종별 5년 상대생존율
  • 대한대장항문학회 -- 대장암 진료 정보
  • 삼성서울병원 건강정보 -- 대장암·직장암 (samsunghospital.com)
  • American Cancer Society -- Colorectal Cancer (cancer.org)
  • NCCN Guidelines for Patients -- Colon / Rectal Cancer
이 글은 한 가족의 실제 투병 경험을 정리한 기록으로,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같은 진단이라도 환자의 상태와 종양 특성에 따라 치료 방법과 경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증상, 진단, 치료, 약물 복용에 관한 모든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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