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소소한 이야기

주말의 단상, 소화불량과 싸우며 짐 정리하는 하루

by junetapa 2024. 6. 15.
반응형

주말 아침, 눈을 뜨자마자 뭔가 속이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밤 과식한 탓일까. 꾹꾹 눌러대는 속쓰림에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주말은 쉬어야지'라고 생각했건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일어나 가볍게 식사를 하고 한의원으로 향했다.

한의원에 도착하니 익숙한 한약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의사 선생님께 증상을 이야기하고 진맥을 받았다. "평소 식습관이 불규칙하시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시고요. 위장이 많이 예민해져 있어요. 침 치료와 함께 약을 드릴게요."라는 말씀과 함께 침대에 누워 침 치료를 받았다. 따끔따끔한 침의 자극이 어느새 내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한의원에서 나와 약국에 들러 처방받은 한약을 지어왔다. 집에 도착해 따뜻한 물과 함께 한 모금 삼켰다. 써늘한 한약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 약을 꾸준히 먹으면 분명 속이 편해질 거야'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짐 정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최근에 이사를 했지만, 아직 옛집에 남아있던 물건들을 가져오지 못했었다. 특히 컴퓨터 부품들은 새 집으로 옮겨와 제대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먼지 쌓인 박스를 하나둘 뜯어내며 추억에 잠겼다. 몇 년 전 업그레이드했던 그래픽카드, 새 CPU로 교체하면서 뿌듯해했던 기억들. 컴퓨터와 함께 내 열정의 시간들을 보냈던 그때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한동안 정리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저녁 무렵, 텅 빈 속이 또다시 꼬르륵거리기 시작했다. 한약을 먹은 뒤라 그런지 조금은 편안해진 느낌이었다. 부랴부랴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정리에 매진했다. 오래된 잡지들, 쓸모없어진 케이블들, 아직 아까운 마우스까지.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분류하다 보니 어느새 한밤중이 되어 있었다.

결국 하루 종일 컴퓨터 부품 정리에 매달린 셈이었다.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면서도, 이사 뒤풀이까지 해내느라 정신없이 보낸 하루. 주말의 소중한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가 버렸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옛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 그것은 단순한 짐 정리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내일이면 다시 일상의 반복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내 손으로 공간을 정돈하고, 내 건강을 돌보며 보낸 시간들은 분명 의미 있는 하루로 기억될 것 같다. 비록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예상치 못한 짐 정리로 바빴지만,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주말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정리를 끝내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주하며, 오늘의 나를 되돌아본다. 건강과 집, 그리고 추억까지. 내 삶을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을 하나하나 돌보는 시간. 주말이 주는 작은 행복을 만끽하며, 내일을 향한 재충전을 해본다. 소화불량으로 시작했지만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마무리되는, 그런 하루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