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이 갈렸다 — 같은 물질, 두 개의 결론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1993년에 펴낸 모노그래프 57권에서 염색약 문제를 다뤘다. 제목이 이미 이 글의 핵심을 담고 있다. "미용사와 이발사의 직업적 노출, 그리고 헤어 컬러런트의 개인적 사용"이다. 하나의 주제를 둘로 나눠서 평가하겠다는 선언이다.
결론도 둘로 갈렸다.
| 평가 대상 | 분류 | 뜻 |
|---|---|---|
| 미용사·이발사라는 직업이 수반하는 노출 | 2A군 | 인체에 발암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음(probably carcinogenic) |
| 개인의 염색약 사용 | 3군 | 발암성을 분류할 수 없음(not classifiable) |
여기서 가장 흔한 오해가 시작된다. 3군을 "안전하다"로 읽는 것이다. 3군은 안전 도장이 아니다. 지금 가진 자료로는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다는 판단 보류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의 분류 체계에는 안전을 뜻하는 등급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수천 개의 평가 대상 가운데 "발암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로 분류된 항목은 극소수였고, 지금은 그 범주 자체가 잘 쓰이지 않는다.
3군은 "조사해 봤는데 괜찮더라"가 아니라 "조사가 부족해서 판단을 미룬다"에 가깝다. 이 둘을 섞어 읽으면 같은 문장에서 정반대의 안심을 얻게 된다. 등급표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등급 숫자가 아니라 그 등급이 무엇을 근거로 붙었는가다.
2A가 실제로 뜻하는 것 — 위험의 크기가 아니다
2A라는 표시를 보면 "꽤 위험하다"로 읽기 쉽다. 그런데 국제암연구소의 등급은 위험의 크기를 재는 눈금이 아니다. 이 점이 등급표를 오해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국제암연구소가 매기는 것은 "이 물질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가 얼마나 확실한가"다. 얼마나 많이 일으키는지, 어느 정도 노출에서 그렇게 되는지는 등급에 담기지 않는다. 학술 용어로는 위험도(risk)가 아니라 유해성(hazard)을 분류한다고 말한다.
| 군 | 근거의 확실성 | 같은 군에 속한 예 |
|---|---|---|
| 1군 | 사람에서 발암성 증거가 충분함 | 담배 연기, 석면, 벤지딘, 가공육 |
| 2A군 | 사람 자료는 제한적이나 동물 등 근거가 뒷받침함 | 미용사·이발사의 직업적 노출 |
| 2B군 | 가능성은 있으나 근거가 더 약함 | — |
| 3군 | 분류 불가 — 자료 부족 | 개인의 염색약 사용 |
1군 칸을 다시 보면 이 체계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담배 연기와 가공육이 같은 1군에 있다. 둘 다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같은 칸에 들어갔을 뿐, 실제로 높이는 위험의 크기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등급이 같다고 위험이 같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미용사 직업이 2A"라는 문장은 "미용사는 위험한 직업이다"가 아니라 "미용사 집단에서 특정 암이 늘어난다는 관찰이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왔다"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그 관찰이 무엇이었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2A의 근거 — 유럽 코호트 여섯 편 중 다섯 편
2A를 떠받친 것은 직업 코호트 연구였다.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추적하면서 일반 인구와 질병 발생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국제암연구소는 당시 확보된 대규모 코호트 여섯 편을 검토했다. 그 가운데 다섯 편에서 남성 미용사와 이발사의 방광암이 일관되게 더 많이 나왔다. 다섯 편 모두 유럽에서 수행된 연구였다. 보고된 초과 위험은 일반 인구 대비 대략 1.6배 수준이었고, 그중 세 편에서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였다.
연구 하나에서 나온 초과 위험은 우연일 수 있다. 표본이 작았거나, 다른 요인이 섞였거나, 하필 그 집단이 특이했을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나라에서 따로 진행된 여섯 편 중 다섯 편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역학에서 일관성(consistency)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는 이유다.
이 근거의 한계도 함께 봐야 한다
- 직업 전체를 본 것이지 염색약만 본 것이 아니다. 미용실에는 염모제 말고도 퍼머넌트 용제, 스프레이, 표백제, 분진, 그리고 과거에는 실내 흡연까지 함께 있었다. 코호트 연구는 이 묶음 전체를 관찰한다.
- 남성에서 주로 관찰됐다. 국제암연구소가 근거로 삼은 일관된 신호는 남성 미용사·이발사의 방광암이었다. 여성 미용사에 대해서는 같은 수준의 일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 흡연 보정이 늘 충분하지는 않았다. 방광암의 최대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직업군의 흡연율이 일반 인구와 다르면 결과가 흔들릴 수 있다.
- 1993년 시점의 자료다. 관찰 기간의 상당 부분이 그보다 수십 년 앞선 노출을 반영한다. 뒤에서 다룰 배합 변화가 이 지점과 직결된다.
그럼에도 국제암연구소가 2A를 붙인 것은, 이 한계들을 감안하고도 방향이 한쪽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향이 왜 하필 방광이었는지에는 꽤 설득력 있는 설명이 있다.
왜 하필 방광인가 — 배수구가 아니라 저수조
이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손으로 만지고 코로 들이마신 물질이 왜 피부암이나 폐암이 아니라 방광에서 문제가 될까.
답은 물질이 몸을 떠나는 경로에 있다.
흡수 — 피부와 호흡기로 들어온다
영구 염색약의 핵심 성분인 방향족 아민 계열은 두피와 손 피부를 통해 흡수되고, 작업 중 공기에 떠 있는 성분은 호흡기로 들어온다. 미용사의 직업병 목록에 손 습진과 천식이 함께 오르는 것이 이 두 경로가 실재한다는 방증이다.
대사 — 간에서 처리된다
몸에 들어온 아민 계열은 간에서 대사된다. 이 과정에서 원래 물질보다 반응성이 높은 중간 대사산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해독 과정이 오히려 활성 물질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독성학에서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배출 — 소변으로 나간다
대사산물은 신장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된다. 여기까지는 몸이 물질을 내보내는 정상적인 처리 과정이다.
정체 — 그런데 소변이 바로 나가지 않는다
소변은 만들어지자마자 몸을 떠나지 않는다. 방광에 몇 시간씩 고여 있다가 한꺼번에 배출된다. 그 시간 동안 방광 점막은 대사산물이 녹아 있는 액체에 계속 담겨 있다.
다른 장기가 물질을 스쳐 보내는 통로라면, 방광은 그것을 모아 두는 통이다. 배수구가 아니라 저수조에 가깝다. 몸에서 유일하게, 배출 대상 물질이 녹아 있는 액체에 반복적으로 오래 접촉하는 조직이 방광 점막이다. 화학물질에 유독 약한 장기라는 평판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이 설명에는 역사적 근거가 있다
방향족 아민과 방광암의 연결은 염색약에서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19세기 유럽의 화학염료 공장이 출발점이다. 아닐린 계열 염료를 다루던 노동자들 사이에서 방광암이 무더기로 발생한 것이 보고되면서, 특정 직업이 특정 암을 만든다는 직업성 암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때 지목된 물질이 바로 방향족 아민 계열이었다.
이후 벤지딘, 2-나프틸아민, 4-아미노비페닐 같은 아민 계열 물질들은 사람에서 방광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정돼 국제암연구소 1군에 올랐다. 염료 산업에서 시작된 이 계보가 미용실 이야기와 이어지는 지점이다.
같은 원리가 훨씬 흔한 사례를 설명하기도 한다. 흡연이 폐암만이 아니라 방광암 위험도 크게 높이는 이유가 정확히 이것이다. 담배 연기에는 방향족 아민이 들어 있고, 그것이 폐로 흡수돼 대사된 뒤 소변에 실려 방광에 머문다. 방광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이 어디로 들어왔느냐가 아니라 소변에 무엇이 녹아 있느냐다.
염색약은 한 종류가 아니다
"염색약"이라는 한 단어로 묶여 있지만, 화학적으로는 서로 다른 세 종류가 섞여 불린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미용사와 소비자가 쓰는 종류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 종류 | 주요 성분 | 작동 방식 | 주 사용자 |
|---|---|---|---|
| 영구(permanent) | 방향족 아민, 아미노페놀 + 과산화수소 | 모발 내부에서 산화 반응으로 색소를 만든다 | 미용사·소비자 |
| 반영구(semi-permanent) | 니트로 치환 방향족 아민, 아미노페놀, 아미노안트라퀴논, 아조 염료 | 이미 만들어진 색소가 모발에 침착된다 | 미용사·소비자 |
| 일시(temporary) | 고분자·불용성 복합체, 금속염(예: 아세트산납) | 모발 표면에 얹혀 있다가 씻겨 나간다 | 주로 소비자 |
국제암연구소 자료가 짚은 대목이 여기 있다. 미용사가 업무에서 상당량 쓰는 것은 영구와 반영구 두 종류이고, 집에서 쓰는 소비자는 세 종류를 다 쓴다. 즉 직업 노출과 개인 사용은 노출량만 다른 것이 아니라 노출되는 물질의 구성 자체가 다르다.
영구 염색약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작동 원리에 있다. 영구 염색은 색소를 얹는 것이 아니라 모발 안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색소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과산화수소로 모발을 열고, 작은 분자 상태의 전구체를 침투시킨다. 색이 오래가는 이유이자, 피부를 통과할 만큼 분자가 작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구 염색약의 대표적 전구체인 파라페닐렌디아민(PPD)은 발암성 논의와 별개로 접촉성 피부염과 알레르기 반응의 주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드물게 심한 전신 반응이 보고되기도 한다. 제품 설명서가 사용 48시간 전 패치 테스트를 권고하는 것은 암 때문이 아니라 이 알레르기 때문이다. 처음 쓰는 제품이거나 과거에 가렵거나 부은 경험이 있다면 이 절차를 건너뛰지 않는 편이 좋다.
미용사와 손님을 가른 것 — 성분이 아니라 누적량
같은 제품을 쓰는데 한쪽만 2A가 붙었다면, 차이는 물질이 아니라 노출의 양과 시간에 있다.
| 구분 | 손님 | 미용사 |
|---|---|---|
| 빈도 | 한두 달에 한 번 | 하루에도 여러 차례 |
| 1회 접촉 시간 | 30분 안팎 | 근무 시간 내내 |
| 접촉 부위 | 주로 두피 | 손 전체 + 호흡기 |
| 기간 | 간헐적 | 주 5일, 수십 년 |
| 환경 | 잠깐 머무는 공간 | 약품 냄새가 상시로 있는 실내 |
1년 치를 합치면 자릿수가 달라진다. 발암성을 따질 때 물질의 이름만큼,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누적 노출량이다. 같은 칼이라도 하루 한 번 쥐는 손과 종일 쥐는 손은 다르게 변한다.
미용사에게 흔한 직업병 목록에 손 습진과 천식이 함께 오른다는 사실이 이 구조를 보여 준다. 피부와 호흡기라는 두 관문으로 무언가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손님에게는 이 두 가지가 직업병으로 잡히지 않는다.
"염색약이 발암물질이라더라"는 문장은 두 상황을 하나로 뭉갠다. 그러면 정작 대책이 필요한 쪽(매일 다루는 사람)에는 아무 조치가 가지 않고, 근거가 부족한 쪽(가끔 하는 사람)만 불안해진다. 위험을 정확히 나누는 일은 불안을 줄이려는 것이 아니라 대책을 제자리에 놓기 위한 작업이다.
그 사이 배합이 바뀌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지금 쓰는 염색약과 위 연구들이 관찰한 염색약이 같은 물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발암 우려가 컸던 일부 아민 계열 성분은 1970년대 후반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배합에서 빠지기 시작했다. 규제는 그 뒤로도 계속 강화됐다. 유럽연합은 2006년 7월에 22종의 염모제 성분 사용을 금지했고, 이후 안전성 평가를 거치며 금지 목록이 확대돼 181종에 이르는 성분이 염모제에 쓸 수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 나머지 성분들도 상당수는 사용 농도와 조건에 제한이 걸려 있다.
직업 코호트가 관찰한 것은 수십 년 전의 노출이다. 암은 노출에서 발병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1990년대에 확인된 방광암은 1950~70년대의 작업 환경을 반영한다. 그때의 미용실과 지금의 미용실은 성분도, 환기도, 장갑 사용도 같지 않다. 최신 평가일수록 결론이 조심스러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이 사실이 "이제 완전히 해결됐다"는 뜻은 아니다. 규제가 앞서 있는 유럽 밖에서 유통되는 제품에서 금지 대상 아민이 검출됐다는 보고들이 이어져 왔고, 배합이 바뀌어도 매일 다루는 사람의 누적 노출이라는 조건 자체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바뀐 것은 물질 목록이지 노출의 구조가 아니다.
개인 사용은 27년 뒤 어떻게 됐나 — 11만 7천 명의 답
국제암연구소가 개인 사용을 3군으로 남겨 둔 것은 1993년이다. 자료가 부족해서였다. 그 뒤로 자료가 쌓였을까.
가장 큰 답은 2020년 9월 BMJ에 실렸다. 미국의 간호사 건강 연구(Nurses' Health Study) 자료를 이용한 전향적 코호트 분석으로, 등록 시점에 암이 없던 여성 117,200명을 36년간 추적한 결과다. 개인의 영구 염색약 사용과 암 발생, 그리고 암으로 인한 사망을 함께 봤다.
영구 염색약을 써 본 적이 있는 여성과 한 번도 쓰지 않은 여성 사이에, 대부분의 암 발생과 암 사망에서 위험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 표본 크기와 추적 기간을 고려하면, 개인 사용에 관해 현재까지 나온 가장 무게 있는 자료다.
다만 전부가 음성이었던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몇 갈래에서 약한 신호를 보고했다. 이 부분을 빼고 "안전하다고 밝혀졌다"로 요약하면 연구를 잘못 옮기는 것이 된다.
- 난소암 — 위험이 다소 높게 나왔다.
- 일부 유방암 — 호르몬 수용체 상태 등 하위 유형에 따라 위험이 조금 높게 관찰된 갈래가 있었다.
- 기저세포암 — 피부암 가운데 예후가 좋은 편에 속하는 유형에서 위험 증가가 보고됐다.
- 타고난 모발색에 따른 차이 — 호지킨 림프종의 위험 증가는 본래 모발색이 짙은 여성에서만 관찰됐고, 기저세포암 위험은 본래 모발색이 옅은 여성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같은 노출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연구를 읽을 때의 조건
- 관찰연구다. 무작위 배정이 아니므로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다. 염색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생활 습관을 가질 수 있다.
- 노출이 자가보고다. 참가자가 스스로 기억해 답한 사용 이력이며, 제품의 종류와 성분까지 추적하지는 못했다.
- 대상이 미국 여성 간호사 중심이다. 남성, 다른 인종·직업 집단, 다른 나라의 제품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 개인 사용에 관한 자료다. 미용사의 직업적 노출을 다룬 연구가 아니므로, 2A 분류를 뒤집거나 대체하지 않는다.
- 여러 암을 한꺼번에 살펴봤다. 검토하는 갈래가 많아지면 그중 일부에서 우연히 신호가 잡힐 수 있어, 개별 신호는 후속 연구로 확인이 필요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개인 사용에 관한 근거는 1993년보다 확실히 두꺼워졌고, 방향은 대체로 안심 쪽이다. 그렇다고 국제암연구소의 3군이 공식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며, 몇몇 갈래는 여전히 열려 있다. "괜찮다고 밝혀졌다"와 "큰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는 다른 문장이고, 지금 자료가 뒷받침하는 것은 뒤쪽이다.
정리 — 확인된 것과 아직 아닌 것
확인된 것
- 국제암연구소는 미용사·이발사라는 직업의 노출을 2A군, 개인의 염색약 사용을 3군으로 나눠 분류했다(모노그래프 57권, 1993).
- 2A의 근거는 대규모 코호트 여섯 편 중 다섯 편에서 일관되게 관찰된 남성 미용사·이발사의 방광암 초과였다. 다섯 편 모두 유럽 연구이며, 초과 위험은 대략 1.6배 수준이었다.
- 방향족 아민 계열 물질은 흡수 후 대사되어 소변으로 배출되며, 소변이 방광에 머무는 구조 때문에 방광 점막이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벤지딘 등 일부 아민은 1군 발암물질이다.
- 미용사와 개인의 노출 조건은 빈도·시간·부위·기간 모두에서 자릿수가 다르다. 사용하는 염색약의 종류 구성도 다르다.
- 2020년 11만 7천여 명 36년 추적 연구에서 개인의 영구 염색약 사용과 대부분의 암·암 사망 사이에 연관이 확인되지 않았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 개인 사용의 최종 판단 — 국제암연구소 기준으로는 지금도 3군, 즉 판단 보류 상태다.
- 2020년 연구에서 잡힌 약한 신호들 — 난소암, 일부 유방암, 기저세포암, 그리고 모발색에 따른 차이는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
- 염색약 단일 요인의 기여 — 직업 코호트는 미용실 환경 전체를 관찰했으므로, 그중 염모제의 몫이 얼마인지는 분리되지 않았다.
- 현행 배합에서의 위험 — 규제로 성분이 크게 바뀐 뒤의 노출을 수십 년 추적한 자료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 여성 미용사의 위험 — 2A의 근거가 된 일관된 신호는 남성 쪽이었고, 여성에 대해서는 같은 수준의 일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무엇을 하면 되나
근거의 무게가 다른 두 집단이므로, 할 일도 다르게 나뉜다.
매일 다루는 사람이라면
위험이 실제로 관찰된 쪽은 여기다. 그리고 줄일 수 있는 조건이 분명한 쪽도 여기다.
- 환기 — 노출 경로의 절반이 호흡기다. 작업 공간의 공기가 순환되는지가 가장 큰 변수다.
- 장갑 — 맨손 작업은 피부 흡수를 그대로 허용한다. 반복 노출이 전제인 직업에서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조치다.
- 손 관리 — 습진으로 피부 장벽이 무너지면 흡수가 늘어난다. 손 습진을 미용사의 직업병으로 다루는 이유가 미용 문제만은 아니다.
- 금연 — 방광암의 최대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직업 노출이 있는 사람에게는 우선순위가 더 높아진다.
집에서 염색한다면
- 두피에 상처가 있는 날은 미룬다. 손상된 피부는 흡수를 크게 늘린다.
- 설명서의 방치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오래 두면 색이 더 잘 든다는 통념대로 하면 노출 시간만 늘어난다.
- 창문을 연다. 욕실처럼 좁고 닫힌 공간에서 오래 두는 것이 가장 피할 만한 조건이다.
- 패치 테스트를 건너뛰지 않는다. 발암성보다 훨씬 자주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알레르기 반응이다.
- 물을 충분히 마시고 소변을 오래 참지 않는다. 방광에 머무는 시간이 노출 시간이라는 원리에서 나오는 습관이다.
방광암의 가장 흔한 첫 신호는 통증이 없는 혈뇨다. 아프지 않아서 그냥 넘기기 쉽고, 한 번 비쳤다가 사라지기도 해서 더 놓치기 쉽다. 소변이 붉거나 갈색으로 보인 적이 있다면 한 번은 진료를 받아 보는 편이 안전하다. 대부분은 다른 원인이지만, 확인해서 손해 볼 일이 아니다.
방광암 위험을 이야기할 때 가장 큰 항목은 흡연이다. 염색약 걱정으로 담배 걱정이 가려지면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생활 습관 전반의 정리는 건강을 지키는 법 — 병원 가기 전, 예방·운동·식습관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마지막으로 이 주제가 남기는 것은 염색약에 대한 결론보다 등급표를 읽는 법에 가깝다. 같은 물질이라도 누가, 얼마나, 얼마 동안 접촉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3군은 안전이 아니라 판단 보류이고, 2A는 위험의 크기가 아니라 근거의 확실성이다. 이 두 문장만 구분해도 앞으로 마주칠 수많은 "발암물질 논란" 기사를 훨씬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염색약은 발암물질인가요?
국제암연구소는 대상을 둘로 나눠 평가했습니다. 미용사와 이발사라는 직업이 수반하는 노출은 인체 발암성 추정(2A군)으로, 개인이 집에서 염색약을 쓰는 것은 분류 불가(3군)로 분류돼 있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노출의 양과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평가가 갈렸습니다.
3군이면 안전하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3군은 "현재 자료로는 발암성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결론 내릴 수 없다"는 판단 보류입니다.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의미의 등급이 아니며, 국제암연구소 분류 체계에는 안전을 뜻하는 등급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르는 것과 괜찮은 것은 다른 말입니다.
왜 하필 방광암인가요?
염모제에 쓰이는 방향족 아민 계열 물질은 피부와 호흡기로 흡수된 뒤 간에서 대사되어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그런데 소변은 곧바로 몸을 떠나지 않고 방광에 몇 시간씩 머무릅니다. 그래서 방광 점막은 대사산물이 녹아 있는 액체에 반복적으로, 오래 접촉하는 조직이 됩니다. 흡연이 폐암뿐 아니라 방광암 위험도 높이는 것이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집에서 하는 염색도 위험한가요?
미용사의 직업적 노출을 근거로 개인 사용의 위험을 추정할 수는 없습니다. 빈도와 시간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2020년 BMJ에 실린 11만 7천여 명 36년 추적 연구에서도 영구 염색약의 개인 사용과 대부분의 암 발생 및 암 사망 사이에 연관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난소암과 일부 유방암, 기저세포암에서는 약한 신호가 보고돼 후속 연구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방광암의 초기 신호는 무엇인가요?
가장 흔한 첫 신호는 통증이 없는 혈뇨입니다. 아프지 않기 때문에 그냥 넘기기 쉽고, 한 번 비쳤다가 사라지기도 해서 더 놓치기 쉽습니다. 소변이 붉거나 갈색으로 보였다면 한 번이라도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방광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흡연입니다.
염색 전 패치 테스트는 꼭 해야 하나요?
제품 설명서가 권고하는 절차이며 건너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그 목적은 발암성 확인이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 확인입니다. 영구 염색약의 대표 성분인 파라페닐렌디아민은 접촉성 피부염의 흔한 원인이고, 드물게 심한 반응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처음 쓰는 제품이거나 과거에 가렵고 붓는 경험이 있었다면 특히 중요합니다.
참고 자료
- IARC Working Group. "Occupational Exposures of Hairdressers and Barbers and Personal Use of Hair Colourants; Some Hair Dyes, Cosmetic Colourants, Industrial Dyestuffs and Aromatic Amines." IARC Monographs on the Evaluation of Carcinogenic Risks to Humans, Volume 57.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Lyon, 1993.
- IARC Summary & Evaluation, Volume 57 — 미용사·이발사 직업 노출 2A군 / 헤어 컬러런트 개인 사용 3군 분류 및 코호트 여섯 편 중 다섯 편의 방광암 초과 위험 서술.
- Zhang Y, et al. "Personal use of permanent hair dyes and cancer risk and mortality in US women: prospective cohort study." BMJ 2020;370:m2942. (Nurses' Health Study, 여성 117,200명, 36년 추적)
- European Commission. "Commission bans 22 hair dye substances to increase consumer safety." 보도자료 IP/06/1047, 2006년 7월. — 이후 확대된 염모제 금지 성분 목록 관련.
- IARC Monographs Volume 99. "Some Aromatic Amines, Organic Dyes, and Related Exposures."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2010. — 방향족 아민 계열 개별 물질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