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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소한 이야기

동전 든 코끼리 저금통, 그리고 시골 마을 슈퍼로의 대장정

by junetapa 2024.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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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기억 중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아마도 내가 여섯 살 정도 되었을 무렵의 일이다.

그 때 나는 집에 있던 코끼리 저금통을 발견했고,

그 안에는 반짝이는 동전들이 가득했다.

어린 마음에 저 동전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나는 과자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여동생과 갓 걷기 시작한 남동생을 데리고 

슈퍼에 가서 과자를 사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집은 산속에 있었고, 

동네 슈퍼까지는 걸어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그러나 그 땐 그게 얼마나 먼 길인지, 

그 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할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

나는 코끼리 저금통을 열어 동전을 꺼냈고, 

동생들을 데리고 슈퍼를 향해 길을 나섰다. 

우리가 살던 곳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고, 

차도 별로 다니지 않았다. 

사람들도 많이 살지 않아서 길을 걷는 내내 

우리 말고는 그다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 때의 나에게 

그 길은 신비롭고 신기한 모험이었다. 

햇살 가득한 시골길을 동생들과 함께 걸으며, 

나는 주변의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풀숲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 길가에 핀 예쁜 들꽃들, 

그리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따스한 바람까지. 

그 모든 것이 어린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긴 시간을 걸은 끝에 우리는 마침내 슈퍼에 도착했다. 

주머니 가득 동전을 쥐고서 과자를 고르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평소 먹고 싶었던 과자를 마음껏 고르고, 

동생들과 나눠 먹는 즐거움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했다. 

우리는 과자를 먹으며 웃고 떠들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우리만 있는 것 같았다.


행복한 마음으로 가득 찬 채 우리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해서야 알게 된 사실, 알고 보니 

우리가 없어진 동안 부모님은 너무나 걱정하고 계셨던 것이다. 

농사일에 바쁘신 와중에도 우리를 찾아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그제서야 내가 무턱대고 저지른 행동이 

얼마나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때의 나는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과자를 사 먹고 싶었을 뿐, 

내 행동이 부모님께 큰 걱정을 안겨드릴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 사건이 

부모님께서 나를 더욱 엄하게 대하시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부터 조금씩 

부모님의 속을 태우기 시작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날의 기억은 내게 소중하다. 

동전 가득한 코끼리 저금통을 든 채 

동생들과 함께 모험을 떠났던 그 순간들. 

비록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이지만, 

그 속에는 세상을 향한 

어린 아이의 순수함과 호기심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억을 통해 

나는 조금 더 자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와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때로는 실수를 통해, 

때로는 부모님의 걱정과 사랑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게 아닐까. 

어린 시절의 모험은 

비록 엇나간 행동이었을지 몰라도, 

그 경험 자체로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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