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컴퓨터를 켰다.
화면이 켜지고 웹 브라우저를 열었을 때,
무언가 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그렇지. 이사하면서 인터넷을 바꿨지.
K사의 1기가 인터넷에서 S사의 500메가 라이트로.
숫자상으로는 반으로 줄어든 속도.
하지만 실제 체감은 그 이상이었다.
웹 서핑을 할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뉴스 기사를 읽고,
이메일을 확인하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하거나
해외 게임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그 차이는 명확했다.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시내 도로로 들어선 것 같은 느낌.
답답함이 밀려왔다.
이 모든 변화의 이유는 단 하나,
비용 절감이었다.
매달 나가는 통신비를 줄이고자 한 결정.
실제로 인터넷 요금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포기해야 했던 것은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속도만은 아니었다.
느려진 인터넷 속도는
일상의 리듬까지 바꿔놓았다.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났고,
온라인 게임에서의 반응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즉각적인 반응과 빠른 처리 속도가
이제는 사치가 되어버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빠른 속도에 길들여졌을까?
그때의 우리는 지금보다 더 느린 삶을 살았을까?
아니면 그저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았던 것일까?
속도와 편리함을 조금 포기하는 대신
경제적인 여유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 trade-off가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단순히 돈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경험은 나에게 현대 생활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속도와 편리함에 의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들을 포기했을 때, 우리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어쩌면 이 변화는 단순히
인터넷 속도의 문제를 넘어,
내 삶의 속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조금 느리게 살아가는 것,
그래서 주변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아닐까?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고민도 든다.
이 느려진 속도에 적응할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다시 빠른 속도를 선택하게 될까?
이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조금은 느려진
인터넷 속도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이 변화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나는 이를 통해 무엇을 배우게 될지,
앞으로가 기대되면서도 조금은 두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또한 내 삶의 한 페이지를 채워갈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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