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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오드란트와 유방암 — 알루미늄, 파라벤, 면도 셋을 갈라 보면

junetapa 2026. 8. 28 약 9분

겨드랑이에 바르는 제품이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오래됐다. 그런데 이 소문 하나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가 섞여 있다. 알루미늄, 파라벤, 그리고 면도한 자리에 바르는 것. 셋은 물질도 다르고 근거도 따로 쌓였는데 한 덩어리로 돌아다닌다. 하나씩 갈라서, 사람에게 물은 연구가 무엇을 말하는지까지 보자.

먼저 선을 그어 둘 것

이 글은 “위험하다”와 “안전하다” 중 하나를 고르는 글이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를 있는 그대로 늘어놓는 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이 제품들의 사용과 유방암 발생을 잇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정리하고 있다. 다만 “근거가 없다”와 “영원히 안전하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그 차이도 아래에서 적는다.

의심받은 것은 하나가 아니라 셋이다

“데오드란트가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문장은 하나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 검토된 주장은 셋으로 갈린다. 이걸 갈라 놓지 않으면 어떤 연구가 무엇을 반박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첫째는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 성분이 여성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거나, 유방 조직에서 직접 무언가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파라벤이다. 방부제로 쓰이는 이 물질이 에스트로겐 흉내를 낸다는 것이다. 셋째는 바르는 자리다. 면도한 직후나 면도날에 베인 자리에 바르면 성분이 몸으로 더 잘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세 주장은 물질도 경로도 다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갈라 둘 것이 있다. 데오드란트와 발한억제제는 같은 물건이 아니다. 데오드란트는 냄새를 억제하는 쪽이고, 알루미늄이 들어가는 것은 땀 자체를 줄이는 발한억제제다. 한국에서는 둘을 뭉뚱그려 “데오드란트”라고 부르는 일이 많아서, 알루미늄이 안 들어간 제품을 쓰면서도 알루미늄을 걱정하는 경우가 생긴다. 제품 뒷면의 성분표를 한 번 보면 바로 갈린다.

데오드란트와 유방암 소문에 섞여 있는 세 가지 주장을 알루미늄, 파라벤, 바르는 자리로 나눠 정리한 도해
세 주장은 물질도 경로도 다르고 근거도 따로 쌓였다. 갈라 놓지 않으면 어떤 연구가 무엇을 반박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알루미늄은 실제로 무슨 일을 하나

발한억제제에 들어가는 알루미늄염은 땀샘 안으로 스며들어 무언가를 바꾸는 물질이 아니다. 하는 일은 훨씬 단순하고, 훨씬 표면에서 일어난다. 땀구멍 입구에 마개를 만든다.

어떻게 마개가 생기는지가 최근에 꽤 자세히 관찰됐다. 알루미늄은 물에 녹으면 여러 개의 양전하를 띤 덩어리가 되는데, 이것이 땀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뭉치게 만든다. 뭉친 덩어리가 먼저 땀샘 관 벽에 얇은 막처럼 붙는다. 여기까지가 시작이다. 그다음에는 흐르는 땀이 실어 오는 단백질이 그 막에 계속 달라붙으면서 마개가 자란다. 시작과 성장, 두 단계로 나뉜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 마개가 피부 표면 가까이, 그것도 일시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땀샘 깊숙이 들어가 조직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다. 알루미늄이 유방 조직까지 옮겨 가 호르몬처럼 작용한다는 주장을 검토할 때, 이 기전이 출발점이 된다. 겨드랑이 피부에 바른 것이 어떤 경로로 유방 조직에 쌓인다는 것인지가 먼저 설명돼야 하는데, 그 경로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알루미늄염이 땀구멍 입구에 마개를 만드는 과정을 시작 단계와 성장 단계로 나눠 나타낸 흐름 도해
피부 표면 가까이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땀샘 깊숙이 들어가 조직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다.

소문의 출발점 — 2004년, 종양에서 파라벤이 나왔다

이 이야기가 크게 퍼진 계기는 2004년에 나온 한 편의 논문이다. 영국 연구팀이 유방 종양 조직에서 파라벤이 검출된다고 보고했다. 표본은 환자 20명의 종양 조직이었고,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으로 측정했다. “유방 종양에서 방부제가 나왔다”는 말은 그 자체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겨드랑이 제품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로 곧장 이어졌다.

그 연구가 하지 못한 것

그런데 이 논문은 스스로 세 가지를 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세 가지가 결론을 가른다.

먼저 정상 유방 조직을 비교군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종양에서 검출됐다는 것만으로는 정상 조직에는 없다는 뜻이 되지 않는다. 다른 부위 조직도 보지 않았다. 둘째로 파라벤이 어떤 경로로 그곳에 들어갔는지, 어디에서 온 것인지 밝히지 못했다. 파라벤은 겨드랑이 제품만이 아니라 수많은 생활용품에 방부제로 들어간다. 셋째로 파라벤이 암 조직에서만 발견된다는 것을 보이지 못했다.

즉 이 연구가 보인 것은 “있다”이지 “일으켰다”가 아니다. 검출과 원인은 다른 층위의 이야기다. 그런데 옮겨지는 과정에서 이 구분이 가장 먼저 뭉개졌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

2004년 논문을 “틀린 연구”라고 부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측정 자체는 측정이다. 문제는 그 측정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의 범위를 넘겨서 읽힌 데 있다. 비교군 없이 한쪽만 재면 “많다”도 “적다”도 말할 수 없다.

2004년 파라벤 검출 연구가 보인 것과 보이지 못한 것을 두 칸으로 나눠 비교한 도해
“틀린 연구”가 아니다. 그 측정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의 범위를 넘겨서 읽힌 것이 문제였다.

사람에게 물은 연구들

세포나 조직이 아니라 사람에게 직접 물은 연구도 있다. 유방암에 걸린 사람과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 겨드랑이 제품을 얼마나 썼는지 되묻는 방식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정리해 둔 것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2002년 연구는 유방암이 있는 여성 813명과 없는 여성 793명을 비교했다. 겨드랑이에 발한억제제나 데오드란트를 썼다고 답한 사람에게서 유방암 위험이 올라가지 않았다. 이 연구는 한 가지를 더 봤다. 면도날로 면도한 뒤 한 시간 안에 바른 경우도 따로 갈라서 봤는데, 거기서도 위험이 올라가지 않았다. 앞에서 갈라 둔 세 번째 주장이 여기서 직접 검토된 셈이다.

2006년 연구는 규모가 작다. 유방암이 있는 여성 54명과 없는 여성 50명을 비교했고, 발한억제제 사용과 유방암 위험 사이에 관련이 없었다.

결과가 갈린 것도 하나 있다. 2003년 연구는 유방암 생존자 437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겨드랑이 제품을 자주 쓴 사람이 더 이른 나이에 진단받았다고 보고했다. 다만 국립암연구소는 이 결과를 결정적이지 않다고 적고 있다. 이미 진단받은 사람에게 과거의 사용 습관을 되묻는 설계라서, 기억이 한쪽으로 기울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유방암이 없는 비교군도 없었다.

겨드랑이 제품 사용과 유방암을 사람에게 직접 물은 연구 세 편의 규모와 결과를 정리한 도해
국립암연구소가 팩트시트에 정리해 둔 세 편이다. 결과가 갈린 2003년 연구는 그 이유까지 함께 적혀 있다.

19편을 모아 보니

연구 한 편씩 보면 방향이 엇갈릴 수 있다. 그래서 여러 편을 모아 한꺼번에 보는 작업이 따로 있다. 2023년에 나온 체계적 문헌고찰은 일상적인 알루미늄 노출과 유방암을 다룬 19편을 모았다.

그중 6편이 데오드란트·발한억제제 사용과 유방암 발생을 직접 다뤘는데,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다. 나머지 13편은 유방 조직 안의 알루미늄 함량을 잰 연구였다. 종양 조직이 정상 조직보다 알루미늄이 많다는 결과가 연구마다 일치하지 않았다.

“일관되지 않았다”는 말은 밋밋하게 들리지만, 판단에서는 중요한 정보다. 어떤 물질이 실제로 원인이라면 여러 연구에서 같은 방향의 신호가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방향이 제각각이라면, 신호보다 각 연구의 설계 차이나 측정 방법 차이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먼저 본다.

7,063명을 합쳤을 때

2024년에는 한 걸음 더 나간 작업이 나왔다. 환자-대조군 연구 7편의 참가자 7,063명을 통계적으로 합쳐 하나의 값을 낸 메타분석이다.

결과는 합산 오즈비 0.96이었다. 95% 신뢰구간은 0.78에서 1.17이고, p값은 0.67이다. 연구들 사이의 이질성을 나타내는 값(I²)은 21%로 낮았다.

숫자를 읽는 법을 짚어 두면 이렇다. 오즈비 1은 “차이 없음”이다. 0.96은 1보다 아주 조금 낮지만, 신뢰구간이 1을 품고 있다. 구간이 1을 걸치면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p값 0.67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질성이 낮다는 것은 합친 연구들이 서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는 뜻이라, 합산값을 그나마 믿고 읽을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정리하면 “위험이 줄었다”가 아니라 “위험이 늘었다는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가 이 결과의 뜻이다. 0.96이 1보다 작다고 해서 예방 효과가 있다는 말로 읽으면 안 된다.

2024년 메타분석의 합산 오즈비 0.96과 95% 신뢰구간 0.78에서 1.17이 기준선 1을 걸치고 있음을 나타낸 범위 도해
구간이 1을 품고 있으면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위험이 줄었다”가 아니라 “늘었다는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가 이 결과의 뜻이다.

그래서 지금 서 있는 자리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정리는 짧다. “이 제품들의 사용과 유방암 발생을 잇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떤 연구도 유방암 위험을 높일 만한 실질적인 악영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었고, 파라벤에 대해서는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없다”고 적었다. 2014년에 나온 리뷰도 알루미늄이 든 겨드랑이 제품이나 화장품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앞에서 갈라 둔 세 주장에 하나씩 대 보면 이렇게 된다. 알루미늄 — 확인되지 않았다. 파라벤 — 근거가 없다. 면도한 자리 — 직접 검토했고 위험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래도 남는 것

여기서 글을 닫으면 절반만 적은 것이 된다. “근거가 없다”와 “안전이 증명됐다”는 다른 말이다. 앞의 것은 찾아봤는데 안 나왔다는 뜻이고, 뒤의 것은 없다는 것을 보였다는 뜻이다. 지금 서 있는 자리는 앞쪽이다.

실제로 2023년 문헌고찰을 한 연구자들 중 일부는 사전예방 원칙을 들어, 그래도 알루미늄이 든 발한억제제는 피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붙였다.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과, 그럼에도 조심하겠다는 선택은 충돌하지 않는다. 쓰지 않기로 하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고, 계속 쓰는 것도 지금 근거로는 말릴 이유가 없다. 고르는 쪽은 각자다.

한 가지 갈라 둘 것이 있다. 이 글이 다룬 것은 일상적으로 바르는 화장품 범위의 제품이다.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는 다한증을 치료하려고 쓰는 고농도 알루미늄 제제는 농도도, 쓰는 방식도, 관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쪽은 이 글의 범위 밖이고, 쓰고 있다면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맞다.

마지막으로, 겨드랑이에 발진이나 가려움이 생겼거나 유방에서 평소와 다른 것이 만져진다면 그건 성분 논쟁과 별개의 문제다. 그때는 제품을 바꿀 것이 아니라 진료를 받는 것이 먼저다.

자주 묻는 질문

알루미늄이 없는 제품을 쓰면 더 안전한가요?

“더 안전하다”고 말할 근거가 지금은 없습니다. 알루미늄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것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뺐다고 해서 무엇이 줄어드는지도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알루미늄이 없는 제품은 땀을 막지 않고 냄새만 억제하므로, 원하는 기능이 다르다는 점은 알고 고르시는 편이 좋습니다.

면도한 직후에 바르면 안 되나요?

2002년 연구가 이 경우를 따로 갈라서 봤습니다. 면도날로 면도한 뒤 한 시간 안에 바른 사람에게서도 유방암 위험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벤 자리에 바르면 따갑거나 자극이 될 수 있는데, 그건 암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유방 종양에서 파라벤이 나왔다는 연구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검출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연구는 정상 조직을 비교군으로 보지 않았고, 파라벤이 어디서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도 밝히지 못했습니다. 파라벤은 겨드랑이 제품 말고도 많은 생활용품에 들어갑니다. “있다”와 “일으켰다”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즈비 0.96이면 오히려 위험이 줄었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신뢰구간이 0.78에서 1.17로 1을 걸치고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p값도 0.67입니다. “위험이 늘었다는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럼 계속 써도 되나요?

지금 나와 있는 근거로는 말릴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조심하는 쪽을 고르는 것도 이상한 선택이 아닙니다. 다만 “근거가 없다”를 “안전이 증명됐다”로 바꿔 읽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둘은 다른 말입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 「Antiperspirants/Deodorants and Breast Cancer」 팩트시트. 2002년(813명 대 793명)·2003년(437명)·2006년(54명 대 50명) 연구와 2014년 리뷰를 정리한 원문.
  • Darbre 외, 2004 — 사람 유방 종양에서 파라벤을 검출한 연구(환자 20명,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 비교군 부재와 유입 경로 미확인은 논문 자체가 밝히고 있다.
  • 2023년 체계적 문헌고찰 — 일상적 알루미늄 노출과 유방암을 다룬 19편(사용 관련 6편, 조직 내 함량 13편)을 모은 리뷰.
  • 2024년 메타분석 — 환자-대조군 7편, 참가자 7,063명. 합산 오즈비 0.96(95% CI 0.78~1.17, p=0.67), I² 21%.
  • 알루미늄염의 땀구멍 마개 형성 기전 — 미세유체 관찰 연구. 시작 단계와 성장 단계로 나뉘며, 표면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다.
이 글은 의료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학술지 심사를 거친 연구와 공공기관 자료를 찾아 읽고 정리한 것이다. 진단이나 치료를 권하는 글이 아니며, 증상이 있거나 판단이 필요하면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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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t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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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정보를 직접 찾아보고, 이해한 내용을 정리하여 공유하는 건강 정보 학습 노트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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