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0명을 7년간 나눠 본 시험
탈모약을 먹으면 전립선암이 줄어든다는 말과, 오히려 나쁜 암이 늘어난다는 말이 같이 돈다. 둘 다 같은 시험 하나에서 나온 이야기다. 서로 다른 연구가 다투는 것이 아니라, 한 시험이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 준 것이다.
시험 이름은 전립선암 예방 시험이다. 55세 이상 남성 18,880명을 두 무리로 갈라 한쪽에는 피나스테리드를, 다른 쪽에는 위약을 주고 7년을 먹였다. 최종 분석에 들어간 인원은 피나스테리드군 9,423명, 위약군 9,457명이다. 사람 수도 기간도 이 정도면 우연으로 결과가 뒤집히기 어렵다.
피나스테리드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더 센 형태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바꾸는 효소를 막는 약이다. 그 효소의 이름을 따서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라고 부른다. 전립선은 이 호르몬을 받아 자라기 때문에 약을 쓰면 전립선이 작아진다. 탈모에 쓰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모낭을 위축시키는 것 역시 이 호르몬이다.
줄어든 쪽 — 10.5퍼센트 대 14.9퍼센트
먼저 줄어든 쪽부터 보자. 7년 동안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피나스테리드군 989명(10.5퍼센트), 위약군 1,412명(14.9퍼센트)이었다. 상대위험도로는 0.70, 95퍼센트 신뢰구간은 0.65에서 0.76이다.
신뢰구간이 1을 한참 아래로 비켜 있다. 통계에서 이 구간이 1을 넘지 않는다는 것은 방향이 우연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30퍼센트 가까이 줄었고, 그 감소는 실재한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결론은 간단해 보인다. 그런데 같은 논문의 다음 표에 반대 방향의 숫자가 있다.
늘어난 쪽 — 사나운 암은 더 나왔다
전립선암은 세포가 얼마나 흐트러졌는지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글리슨 점수라고 하고, 숫자가 클수록 사납다. 7점 이상이면 고악성도로 본다.
그 고악성도 암이 피나스테리드군 333명(3.5퍼센트), 위약군 286명(3.0퍼센트)이었다. 상대위험도 1.17, 신뢰구간 1.0에서 1.37, P값은 0.05다. 더 사나운 8점에서 10점 구간만 떼어 보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약 설명서에 적어 둔 수치로는 1.8퍼센트 대 1.1퍼센트다.
전체 암은 줄었는데 나쁜 암은 늘었다. 이 조합이 이십 년 넘게 논쟁이 이어진 이유다.
고악성도 쪽의 신뢰구간 하한은 1.0이다. 딱 경계에 걸려 있다. P값도 0.05로 관행적인 기준선 위에 정확히 놓여 있다. 줄어든 쪽의 신뢰구간이 1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같은 논문 안에서도 두 숫자의 단단함이 다르다. 한쪽은 분명하고, 다른 한쪽은 경계에 서 있다.
탈모약은 1밀리그램, 시험은 5밀리그램
여기서 가장 자주 건너뛰는 대목이 나온다. 이 시험에서 쓴 용량은 하루 5밀리그램이다. 전립선비대증에 쓰는 용량이고, 국내에서 프로스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쪽이다.
탈모에 쓰는 피나스테리드는 하루 1밀리그램이다. 프로페시아라는 이름이 붙은 그것이다. 성분은 같지만 용량이 다섯 배 차이가 난다.
그러니 이 시험의 결과를 탈모약에 그대로 옮겨 붙일 수는 없다. 1밀리그램을 먹는 사람에게서 같은 크기의 감소가 나타나는지, 같은 크기의 고악성도 증가가 나타나는지를 이만한 규모로 확인한 시험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두 약 모두에 같은 경고 문구를 넣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같은 계열이니 주의하라는 뜻이지 같은 크기의 위험이 확인됐다는 뜻이 아니다.
기사 제목이 탈모약과 전립선암으로 붙을 때, 본문의 근거는 대개 5밀리그램 시험이다. 읽을 때 용량을 먼저 확인하면 절반은 걸러진다.
왜 늘어 보였나 — 전립선이 작아지면 바늘이 잘 닿는다
고악성도 증가를 두고 가장 널리 검토된 설명은 찾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전립선암은 바늘을 여러 번 찔러 조직을 뽑아 확인한다. 전립선이 크면 같은 횟수를 찔러도 훑는 비율이 낮아진다. 큰 밭에 같은 수의 구멍을 뚫는 셈이다. 피나스테리드는 전립선을 작게 만든다. 밭이 작아지면 같은 구멍 수로도 훑는 비율이 올라간다.
즉 위약군에도 있었지만 바늘에 걸리지 않았을 사나운 암이, 피나스테리드군에서는 걸렸을 수 있다. 없던 암이 생긴 것이 아니라 있던 암이 드러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혈액검사 쪽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이 약을 먹으면 전립선특이항원 수치가 대략 절반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같은 수치라도 해석이 달라지고, 검사가 암을 가려내는 능력이 오히려 올라간다는 분석이 있다.
다만 이것은 설명이지 확정이 아니다. 그 점은 뒤에서 다시 적는다.
18년 뒤에 다시 봤다
증가한 고악성도 암이 실제로 사람을 더 많이 죽였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두 무리의 생존곡선이 벌어져야 한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18년까지 추적했다.
결과는 두 무리의 전체 생존율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뒤의 생존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악성도 암이 더 많이 발견됐는데 죽음은 더 늘지 않았다. 이 조합은 앞의 설명과 방향이 맞는다. 발견이 늘어난 것이 곧 병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는 쪽이다.
그렇다고 이것으로 논쟁이 닫힌 것은 아니다. 저자들 스스로 한계를 적어 두었다.
규제기관이 라벨에 남긴 문장
미국 식품의약국은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 설명서에 고악성도 전립선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를 넣었다. 동시에 같은 문서에 이런 문장을 함께 적었다.
Whether the effect of 5α-reductase inhibitors to reduce prostate volume, or study-related factors, impacted the results of these studies has not been established.
전립선을 줄이는 효과나 시험 자체의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확립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경고를 넣으면서 동시에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음을 같은 문서에 적어 둔 것이다.
같은 기관은 이 계열 약을 전립선암 예방 용도로 쓰는 것은 허가하지 않았다. 위험이 줄어든다는 숫자가 있었는데도 그렇다. 고악성도 쪽의 불확실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규제기관이 한쪽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경고와 유보를 같이 적어 둔 상태가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확정된 것과 아직 아닌 것
이 주제는 확정과 추정을 섞으면 곧바로 틀린 글이 된다. 갈라서 적는다.
확정된 것
- 5밀리그램을 7년 먹은 무리에서 전립선암 진단이 10.5퍼센트 대 14.9퍼센트로 낮았다.
- 같은 시험에서 글리슨 7점 이상 암은 3.5퍼센트 대 3.0퍼센트로 높았다.
- 18년을 추적했을 때 전체 생존율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 미국 식품의약국은 경고 문구를 넣었고, 예방 용도는 허가하지 않았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
- 고악성도 암이 왜 더 나왔는지. 저자들은 원인이 불명확하다고 적었다.
- 전립선이 작아져 잘 찾아낸 것인지, 실제로 더 생긴 것인지.
- 1밀리그램을 먹는 탈모 목적 복용에서도 같은 방향과 크기가 나타나는지.
18년 추적 논문의 저자들은 사망 자료의 상당 부분을 사회보장 사망자 색인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암 특이 생존율은 보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2004년 이후 진단된 전립선암은 완전히 포착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적었다.
전체 생존에 차이가 없었다는 문장은 이 두 조건 위에서 읽어야 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이 자료로는 거기까지 볼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글은 약을 먹으라거나 끊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건 처방한 의사와 상의할 일이다. 다만 기사 하나를 보고 혼자 결정하지 않기 위해 확인할 것은 있다.
내가 먹는 용량을 확인한다
탈모 목적이면 대개 1밀리그램이고, 전립선비대증 목적이면 5밀리그램이다. 앞에서 본 숫자는 전부 5밀리그램 시험의 것이다. 처방전이나 약봉투에 용량이 적혀 있다.
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받는다면 복용 사실을 말한다
이 약은 그 수치를 대략 절반으로 낮춘다. 먹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같은 숫자가 다르게 읽힌다. 검사 전에 알리는 것만으로 해석이 달라진다.
끊는 것도 의사와 상의한다
불안하다고 임의로 중단하면 원래 치료하던 문제가 돌아온다. 전립선비대증으로 먹고 있었다면 특히 그렇다. 이 글의 숫자를 근거로 스스로 끊지 않는다.
결국 한 문장으로
전체 전립선암은 분명히 줄었고, 고악성도 암은 경계선에서 늘었으며, 18년을 봐도 더 죽지는 않았다. 그리고 왜 늘어 보였는지는 아직 아무도 확정하지 못했다.
기사 제목은 이 넷 중 하나만 골라 쓴다. 어느 쪽을 고르느냐에 따라 같은 시험이 정반대로 보인다. 넷을 같이 놓고 봐야 이 시험이 실제로 말한 것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시험은 탈모약 용량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적어 둔다.
자주 묻는 질문
탈모약을 먹으면 전립선암이 줄어드나요?
하루 5밀리그램을 7년 먹은 시험에서는 전립선암 진단이 10.5퍼센트 대 14.9퍼센트로 낮았습니다. 다만 탈모에 쓰는 용량은 1밀리그램으로 다섯 배가 적고, 그 용량에서 같은 크기의 감소가 나타나는지를 이만한 규모로 확인한 시험은 없습니다. 예방을 목적으로 이 약을 쓰는 것은 미국 식품의약국이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사나운 암이 늘었다는 말은 사실인가요?
같은 시험에서 글리슨 7점 이상 암이 3.5퍼센트 대 3.0퍼센트로 더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신뢰구간의 하한이 1.0이고 P값이 0.05로 경계에 걸려 있어, 전체 암이 줄었다는 쪽의 숫자만큼 단단하지는 않습니다.
왜 사나운 암이 더 나왔나요?
가장 널리 검토된 설명은 전립선이 작아져 조직검사에서 더 잘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다만 18년 추적 논문의 저자들은 그 원인이 불명확하다고 직접 적었습니다. 확정된 설명이 아니라 유력한 가설로 읽는 것이 맞습니다.
18년 추적에서 차이가 없었다면 안심해도 되나요?
전체 생존율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던 것은 맞습니다. 다만 저자들은 자료의 출처 때문에 암 특이 생존율을 보고할 수 없었고, 2004년 이후 진단은 완전히 포착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차이가 없었다는 말은 이 조건 위에서 읽어야 합니다.
지금 먹고 있는데 끊어야 하나요?
이 글의 숫자를 근거로 임의로 끊지 마세요. 전립선비대증으로 복용 중이라면 중단했을 때 원래 문제가 돌아옵니다. 복용 목적과 용량, 검사 계획을 처방한 의사와 함께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본문의 해석은 각 자료의 결론을 넘어서지 않도록 했고,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그렇다고 밝혔다.
- Long-term survival of participants in the Prostate Cancer Prevention Trial.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3. — pmc.ncbi.nlm.nih.gov
- Finasteride for Prostate Cancer Prevention. National Cancer Institute. — cancer.gov
- 5-Alpha Reductase Inhibitor Information.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 fda.gov
- PROSCAR (finasteride) Tablets 라벨. FDA Access Data. — accessdata.fda.g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