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에 세포 20~30%가 죽는다
손톱에 바른 젤을 굳히려고 손을 넣는 그 작은 기계에서, 놀랄 만한 결과가 확인됐다. 20분 한 번 쬐는 것만으로 세포의 20에서 30퍼센트가 죽는다. 손톱을 말리는 20분은 시술받는 사람도 네일리스트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저 기다리는 시간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세포가 죽어 나가고 있었다.
같은 램프를 세 번 연달아 쬐면 어떻게 될까. 죽는 세포의 비율이 65에서 70퍼센트까지 올라간다. 세 번이라고 해서 유별난 경우는 아니다. 한 번 방문에 손톱 열 개를 모두 말려야 한다면, 젤을 바르고 굳히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 결과는 2023년 1월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학술지에 실린다는 것은 다른 연구자들의 심사를 거쳐 실험 방법과 결론이 타당한지 검증받았다는 뜻이다. 미국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특수 제작한 장비가 아니라 실제 네일숍에서 쓰는 54와트짜리 기기를 그대로 가져다 사람 세포에 쬐면서 하나하나 측정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흔한 기계를 세포 수준에서 이렇게 들여다본 연구가 그전까지 없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이 매일 쓰는 기기인데도 그랬다.
왜 그동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을까 싶을 수 있다. 일상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는 물건일수록 오히려 새삼스레 검증 대상으로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네일숍마다 흔하게 놓여 있고, 수십 년째 별문제 없이 쓰여 온 기기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안전이 확인됐을 것"이라는 짐작을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 짐작과 실제 검증 사이의 간격을 이번 연구가 처음으로 메운 셈이다.
살아남은 세포도 멀쩡하지 않았다
세포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연구팀이 살아남은 세포를 들여다보니, 세 가지 손상의 흔적이 함께 발견됐다.
첫째는 활성산소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활성산소는 세포가 산소를 써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량씩 생기는, 반응성이 큰 산소 분자다. 평소에는 세포 안의 처리 시스템이 알아서 정리하지만, 양이 갑자기 늘어나면 처리 속도를 넘어서 주변의 DNA와 세포막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둘째는 DNA에 산화 손상이 쌓인 것이다. 늘어난 활성산소가 유전정보를 담은 DNA 가닥을 직접 건드린 흔적이다. 셋째는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관으로, 흔히 세포의 발전소라 불린다. 발전소가 고장 나면 세포 전체의 활동에 지장이 생긴다.
세 가지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 세트로 함께 나타났다는 점이 중요하다. 겉보기에는 살아남았지만, 세포 안쪽에서는 이미 여러 층의 손상이 겹쳐 쌓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돌연변이 무늬가 말해주는 것
더 눈여겨볼 대목은 그다음이다. 살아남은 세포 중 일부에서 돌연변이가 실제로 생겼다. 돌연변이는 세포가 분열할 때 유전정보가 잘못 복사되며 남는 변화인데, 아무렇게나 무작위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원인에 따라 남기는 흔적의 무늬가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자외선이나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손상은 저마다 특징적인 무늬를 남긴다.
연구팀이 확인한 돌연변이의 무늬는 자외선과 활성산소가 남기는 것으로 알려진 패턴과 닮아 있었다. 게다가 램프를 쬔 양이 많을수록 돌연변이 수도 함께 늘어났다. 양이 늘수록 결과도 비례해서 커지는 관계는, 두 가지가 우연히 같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일 가능성을 가리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 관찰은 배양접시 위 세포에서 나온 것이고, 사람의 몸 안에서 같은 인과관계가 그대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세포 실험에서 확인된 신호일 뿐, 사람에게 실제로 암이 생긴다는 뜻으로 곧장 연결할 수는 없다.
이 램프가 쏘는 빛, 자외선 A
그렇다면 이 램프는 대체 무엇을 쏘는 것일까. 답은 자외선 A다. 우리가 평소 조심하는 자외선은 주로 자외선 B인데, 이건 피부 표면을 태워 화끈거리게 만들기 때문에 몸이 바로 알아챈다. 살갗이 벌겋게 익으면 오늘 너무 많이 쬐었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
자외선 A는 완전히 다르게 움직인다. 화상을 일으키지 않아서 쬐는 동안 아무 느낌이 없다. 대신 피부 더 깊은 층까지 조용히 파고든다. 경고음 없이 들어오는 손님인 셈이다. 유리도 통과하기 때문에 실내나 차 안에 있어도 계속 들어오는 빛이라는 점도 자외선 B와 다르다.
몸이 스스로 경고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자외선 B는 따가움이나 발적으로 오늘 얼마나 쬐었는지 대략이라도 가늠하게 해 주지만, 자외선 A는 그런 신호가 없어 스스로 노출량을 가늠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램프 안에 손을 넣고 있는 20분 동안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그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태닝 기계와 같은 계열의 빛
태닝 기계가 쓰는 빛도 바로 이 자외선 A다. 그래서 태닝 기기는 이미 담배나 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젤네일 램프도 같은 계열의 빛을 쓴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물론 세기와 노출 시간은 태닝 기계와 비교할 수 없이 작다. 몇 분에서 몇십 분에 그치는 젤네일 램프와, 몸 전체를 훨씬 오래 쬐는 태닝 기계를 같은 위험으로 놓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그동안 젤네일 램프는 안전하다고 홍보돼 왔는데, 그 안전이 실제로 검증된 적은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안전하다는 말과, 아직 아무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은 같은 자리에 있었던 셈이다.
선을 정확히 긋자
여기서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이 연구는 배양접시 위에서 진행한 세포 실험이다. 사람 피부 세포와 생쥐 세포를 썼고, 사람을 오래 추적해서 실제 암 발생률을 확인한 연구가 아니다. 그러니 젤네일을 하면 피부암에 걸린다는 결론은 이 연구에서 나올 수 없다. 그런 제목을 단 기사가 있다면 명백한 과장이다.
배양접시 위의 세포와 살아 있는 사람의 피부는 방어 능력부터 다르다. 살아 있는 손등에는 자외선을 일차로 막아주는 각질층을 비롯한 여러 겹의 피부 조직과, 손상을 알아채고 복구하는 몸 전체의 시스템이 함께 작동한다. 배양접시 위에 놓인 세포는 그런 보호막 없이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조건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고 무시할 근거는 아니다
그렇다고 무시해도 되는 결과인 것도 아니다. 손등은 얼굴 다음으로 자외선을 많이 받는 부위인데도, 차단제를 가장 안 바르는 곳이기도 하다. 나이가 손등에서 제일 먼저 드러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리고 손톱 주변과 손등에 생긴 편평세포암 사례가, 젤네일을 오래 해 온 사람들에게서 보고된 적이 있다. 세포 실험은 그런 사례들이 왜 생길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조각인 셈이다. 확정된 인과는 아니지만, 그럴듯한 경로가 하나 확인된 상태라고 보면 정확하다. 아직은 퍼즐이 다 맞춰지지 않은 단계다.
돈 안 드는 대비 3가지
그래서 무엇을 하면 될까. 젤네일을 완전히 끊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이미 나와 있고, 돈도 거의 들지 않는다.
자외선 차단 장갑
손가락 끝만 뚫려 있는 자외선 차단 장갑을 낀다. 네일숍용으로 나와 있고 몇천 원이면 구할 수 있다. 손톱은 그대로 굳히면서 손등만 가리는 구조라 시술에 지장이 없다.
손등에 자외선 차단제
램프에 손을 넣기 전에 손등에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둔다. 얼굴에는 꼼꼼히 바르면서 손은 잊는 경우가 많은데, 손등도 챙길 필요가 있다.
시술 주기 늘리기
2주마다 하던 것을 3주나 4주로만 미뤄도 1년 치 노출량이 크게 줄어든다. 한 해에 받는 시술 횟수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므로, 장비를 새로 사거나 습관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일정 조정만으로 누적량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셋 중 하나만 고르라면 자외선 차단 장갑이다. 효과가 가장 확실하고 가격도 가장 싸다.
결국 누적의 문제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누적이다. 한 번의 20분이 문제가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쌓이는 노출량이 문제다. 자외선은 몸이 오래 기억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오늘 받은 20분과 몇 년 전에 받은 20분이 각각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함께 쌓인다는 뜻이다.
이 문제가 특히 중요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매일 손을 넣는 네일숍 종사자다. 손님은 몇 주에 한 번 20분 남짓 쬐지만, 종사자는 하루에도 여러 손님을 시술하며 그때마다 램프 곁에 있어야 한다. 같은 기기라도 노출량 자체가 다르다.
시술 주기를 한두 주만 늘려도, 자외선 차단 장갑 하나만 갖춰도 1년 뒤의 누적량은 확실히 달라진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다음 시술부터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정도의 변화다.
결국 이 이야기가 남기는 것은 하나다. 20분이라는 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온 습관을 한 번쯤 돌아볼 계기라는 것이다. 당장 시술을 그만두라는 말이 아니라, 장갑 하나 챙기고 주기를 한 주 늘리는 정도의 작은 조정으로도 몇 년 뒤의 누적량은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자주 묻는 질문
젤네일 램프가 태닝 기계와 똑같이 위험한가요?
아닙니다. 둘 다 자외선 A를 쓴다는 점에서 같은 계열이지만, 젤네일 램프의 세기와 노출 시간은 태닝 기계와 비교할 수 없이 작습니다. 다만 그동안 안전하다고 홍보돼 온 것과 달리, 그 안전성이 실제로 검증된 적은 없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만으로 젤네일이 피부암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나요?
아닙니다. 이 연구는 배양접시 위에서 사람 피부 세포와 생쥐 세포에 직접 램프를 쬐어 측정한 세포실험입니다. 사람을 오래 추적해 실제 암 발생률을 확인한 연구가 아니므로, 젤네일이 피부암을 일으킨다는 결론은 이 연구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손등에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두는 것도 도움이 되나요?
네. 램프에 손을 넣기 전 손등에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두는 것이 언급되는 대비법 중 하나입니다. 얼굴에는 꼼꼼히 바르면서 손등은 잊는 경우가 많은데, 손등도 자외선 노출이 잦은 부위이니 함께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시술 주기를 조정하면 정말 도움이 되나요?
정확한 안전 기준이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시술 주기를 2주에서 3~4주로 늘리는 것만으로 1년 치 누적 노출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 언급됩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한 번의 20분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쌓이는 누적량이므로, 주기를 늘리는 것은 실천 가능한 대비책 중 하나입니다.
네일숍에서 매일 일하는 사람은 더 조심해야 하나요?
네. 손님은 몇 주에 한 번 20분 남짓 노출되지만, 네일숍 종사자는 매일 여러 손님의 시술마다 반복해서 램프 곁에 있어야 합니다. 누적되는 노출량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종사자에게 더 중요하게 적용됩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본문의 해석은 각 자료의 결론을 넘어서지 않도록 했고,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그렇다고 밝혔다.
- DNA damage and somatic mutations in mammalian cells after irradiation with a nail polish dryer. Nature Communications. 2023. — nature.com
- UV-emitting nail polish dryers damage DNA and cause mutations in cells. UC San Diego. 2023. — today.ucsd.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