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S

경제성장과 총수요·총공급(AD-AS) - 경기는 왜 출렁이는가

junetapa 2026. 7. 18 경제학개론 6강 (2/2) 15 min read

앞 글에서 잰 GDP라는 숫자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길게 보면 꾸준히 커지고(성장), 짧게 보면 호황과 불황을 오가며 출렁인다(경기변동). 똑같은 GDP인데 왜 어떤 변화는 수십 년에 걸친 우상향이고 어떤 변화는 몇 년짜리 파도일까. 이 두 움직임을 한 장의 그래프에 담아내는 거시경제학의 핵심 도구가 총수요·총공급, 줄여서 AD-AS 모형이다. 미시의 수요·공급 곡선과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이 모형으로, 경기가 출렁이는 이치를 풀어 본다.

경제성장이란 무엇인가

경제가 성장한다는 말은 결국 한 가지 뜻이다. 실질GDP가 커진다는 것. 앞 글에서 굳이 명목과 실질을 갈라놓은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물가만 올라 부풀어 오른 명목GDP는 진짜 성장이 아니다. 우리가 생산한 재화·서비스의 양 자체가 늘어나는 것, 곧 실질GDP의 증가만이 경제성장이다.

흔히 두 가지로 나눠 본다. 한 나라 전체가 만들어 내는 양이 늘어나는 총량 성장과, 그것을 인구로 나눈 1인당 실질GDP의 성장이다. 둘은 다를 수 있다. GDP가 3% 늘었어도 인구가 4% 늘었다면 한 사람 몫은 오히려 줄어든다. 그래서 국민의 평균 생활수준을 따질 때는 1인당 실질GDP를 본다.

성장의 위력은 복리에서 나온다. 매년 7%씩 성장하면 약 10년이면 경제 규모가 두 배가 된다(이른바 70의 법칙). 한국이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선 것도 수십 년에 걸친 고속 성장이 복리로 쌓인 결과다. 작아 보이는 성장률 1%포인트 차이가, 한 세대만 지나면 나라 살림의 운명을 가른다.

한 줄 정리

경제성장 = 실질GDP의 지속적 증가. 진짜 풍요를 재려면 인구로 나눈 1인당 실질GDP를 봐야 한다. 그리고 성장은 복리라, 작은 차이가 오랜 시간 누적되면 엄청난 격차가 된다.

성장을 밀어 올리는 다섯 가지 동력

그렇다면 무엇이 실질GDP를 키우는가. 길게 보는 성장은 결국 "더 많이, 더 잘 만드는 능력"이 커지는 것이고, 그 능력을 좌우하는 요인은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01

자본 축적

공장·기계·도로·항만 같은 자본이 늘면 같은 사람이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투자(I)가 쌓여 만들어지는 동력이다. 다만 자본만 무한정 늘리면 수확체감에 부딪힌다.

02

노동(투입과 질)

일하는 사람이 늘거나 노동 시간이 길어지면 생산이 는다. 다만 저출산·고령화로 노동 투입이 줄어드는 나라에서는 이 동력이 약해진다.

03

인적자본

같은 한 명이라도 교육·훈련·숙련으로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된다. 사람 수가 아니라 사람의 질이 올라가는 것. 교육 투자가 성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04

기술 진보

같은 자본·노동으로 더 많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방법. 장기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본다. 반도체·인터넷·AI처럼 생산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신이 여기에 속한다.

05

생산성(총요소생산성)

위의 요소들이 결합해 나타나는 "효율"의 총합. 제도·법치·경영 혁신처럼 눈에 잘 안 보이는 요인까지 포함한다. 같은 투입으로 더 많은 산출을 뽑아내는 능력이다.

한국 사례로 보기

한국의 압축성장은 이 다섯 동력이 한꺼번에 작동한 사례다. 높은 저축률로 자본을 빠르게 쌓았고(①), 교육열로 인적자본을 끌어올렸으며(③), 선진 기술을 들여와 빠르게 따라잡았다(④). 다만 지금은 저출산으로 노동(②)이 줄고 추격형 기술의 한계에 부딪혀, 성장 동력이 생산성·혁신(④⑤) 쪽으로 옮겨가야 하는 국면에 있다.

여기까지가 장기의 이야기다. 수십 년에 걸쳐 경제의 '잠재적 생산 능력' 자체가 커지는 과정이다. 그런데 현실의 경기는 이렇게 매끈하게 우상향하지 않는다. 어떤 해는 호황으로 들끓고 어떤 해는 불황으로 가라앉는다. 이 단기의 출렁임을 설명하려면 다른 도구가 필요하다. 그것이 AD-AS 모형이다.

왜 또 새로운 곡선이 필요한가

2강에서 배운 수요·공급 곡선을 떠올려 보자. 그건 사과 한 시장, 커피 한 시장처럼 개별 상품의 가격과 거래량을 설명하는 미시 도구였다. 가로축은 그 상품의 수량, 세로축은 그 상품의 가격이었다.

거시는 이를 통째로 확장한다. 가로축에는 한 상품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실질GDP(총산출)를, 세로축에는 한 상품의 가격이 아니라 물가 수준 전반(물가지수)을 놓는다. 그리고 한 시장의 수요·공급 대신, 경제 전체의 수요를 모은 총수요(AD, Aggregate Demand)와 공급을 모은 총공급(AS, Aggregate Supply)을 그린다.

구분 미시 수요·공급 거시 총수요·총공급(AD-AS)
대상 한 상품 시장 나라 경제 전체
가로축 그 상품의 수량 실질GDP(총산출)
세로축 그 상품의 가격 물가 수준(물가지수)

모양은 닮았지만, 곡선이 그런 모양인 이유는 전혀 다르다. 미시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이유(대체효과·소득효과)를 거시에 그대로 쓰면 안 된다. 그래서 AD·AS 각각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를 따로 이해해야 한다. 시험에서 가장 많이 묻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총공급(AS) — 단기는 우상향, 장기는 수직

AD-AS 모형에서 가장 헷갈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 총공급이다. 핵심은 총공급곡선이 시간 지평에 따라 두 개의 다른 얼굴을 가진다는 것이다.

단기 총공급(SAS) — 우상향

단기에는 임금이나 일부 가격이 계약·관습 때문에 곧바로 못 바뀐다(가격 경직성). 이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면, 임금은 그대로인데 판매 가격만 올라 기업의 이윤이 늘어난다. 그러면 기업은 생산을 늘린다. 그래서 단기 총공급곡선(SAS)은 물가가 오를수록 산출이 느는 우상향 모양이다.

장기 총공급(LAS) — 수직

그러나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임금과 모든 가격이 물가에 맞춰 다 조정된다.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도 올라 이윤 착시가 사라진다. 결국 장기에 경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산출은 물가와 무관하게 그 나라의 생산 능력(자본·노동·기술)으로 고정된다. 이 수준이 잠재GDP(완전고용 산출)이고, 장기 총공급곡선(LAS)은 잠재GDP에서 수직으로 선다.

물가 실질GDP 잠재GDP LAS SAS AD E P* Y*
AD-AS 균형 — 우하향 AD와 우상향 SAS가 만난 점 E에서 균형 물가(P*)와 균형 실질GDP(Y*)가 정해진다. 점선 LAS는 물가와 무관한 잠재GDP 수준을 나타낸다

이 "단기 우상향, 장기 수직"이라는 차이가 거시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논쟁의 뿌리다. 단기에는 정부·중앙은행이 수요를 자극해 산출을 늘릴 여지가 있지만, 장기에는 LAS가 수직이라 수요를 아무리 밀어도 산출은 잠재GDP에 묶이고 물가만 오른다. 다음 강에서 배울 인플레이션의 원리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거시 균형과 경기변동

한 나라 경제의 단기 균형은 총수요(AD)와 단기 총공급(SAS)이 만나는 점에서 정해진다. 그 교차점이 곧 그 시점의 균형 물가균형 실질GDP다. 미시의 시장 균형과 논리는 똑같되, 대상이 나라 경제 전체로 커졌을 뿐이다.

경기가 출렁이는 것은 이 AD나 AS 곡선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을 총수요충격총공급충격으로 나눠 본다.

총수요충격

소비·투자 심리, 정부 지출, 통화량, 해외 경기 같은 요인이 변해 AD가 이동하는 경우다.

  • AD 오른쪽 이동(수요 확대) — 소비·투자가 살아나거나 정부가 돈을 풀면 AD가 오른쪽으로 간다. 실질GDP가 늘고 물가도 오르는 호황이다.
  • AD 왼쪽 이동(수요 위축) — 불안 심리로 소비·투자가 얼어붙으면 AD가 왼쪽으로 간다. 실질GDP가 줄고 물가가 내리는 침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수요 충격이었다.

총공급충격

원자재 가격, 자연재해, 임금 같은 생산 비용 요인이 변해 SAS가 이동하는 경우다. 특히 나쁜 공급충격은 까다롭다.

  • SAS 왼쪽 이동(비용 급등) —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생산 비용이 올라 SAS가 왼쪽으로 간다. 이때는 실질GDP는 줄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그 전형이다.
  • SAS 오른쪽 이동(비용 하락·생산성 향상) — 기술 진보나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비용이 내리면 SAS가 오른쪽으로 간다. 물가는 내리고 산출은 느는, 가장 바람직한 변화다.
왜 공급충격이 더 골치 아픈가

수요충격은 물가와 산출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둘 다 오르거나 둘 다 내림) 대응이 비교적 분명하다. 반면 나쁜 공급충격(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는 오르고 산출은 줄어 정반대로 간다. 물가를 잡으려 긴축하면 경기가 더 죽고, 경기를 살리려 부양하면 물가가 더 뛴다. 정책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갭과 디플레이션갭

마지막 핵심 개념은, 단기 균형 산출이 잠재GDP(LAS)와 얼마나 벌어졌는가다. 이 격차를 경기갭(GDP갭)이라 부르고, 방향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눈다.

구분 인플레이션갭 (경기 과열) 디플레이션갭 (경기 침체)
상태 균형GDP > 잠재GDP 균형GDP < 잠재GDP
특징 능력 이상으로 과열, 물가 상승 압력 능력 이하로 가동, 실업·유휴설비 증가
처방 방향 총수요 진정(긴축) 총수요 부양(확장)

인플레이션갭은 경제가 잠재 능력 이상으로 과하게 돌아가는 상태다. 공장은 풀가동되고 일손이 모자라 임금이 뛰며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진다. 단기적으로는 호황처럼 보이지만 오래 두면 인플레이션으로 번진다.

반대로 디플레이션갭(경기침체갭)은 경제가 능력에 못 미쳐 돌아가는 상태다. 균형 산출이 잠재GDP보다 낮으니 공장은 놀고 사람은 일자리를 잃는다. 이때가 바로 실업이 늘어나는 국면이고, 정부와 중앙은행이 총수요를 끌어올리는 정책으로 개입하는 대표적 상황이다.

여기서 거시정책의 큰 그림이 비로소 한 문장으로 잡힌다. 경기갭을 메워 균형GDP를 잠재GDP에 맞추는 것. 침체갭이면 수요를 밀어 올리고, 과열이면 수요를 식힌다. 그 구체적 수단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7강에서 다룬다. 오늘 그린 AD-AS 그래프는 그 정책들이 어디를 어떻게 미는지를 보여주는 무대다.

다만 여기에는 오래된 논쟁이 깔려 있다. 정부가 경기갭을 적극적으로 메워야 한다고 보는 쪽(케인스 계열)은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 그동안의 실업이 너무 크다고 본다. 반대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보는 쪽은 장기 LAS가 수직인 만큼, 어설픈 수요 부양은 산출은 못 늘리고 물가만 자극할 뿐이라고 본다. 어느 쪽이 옳은가는 결국 "단기가 얼마나 단기인가", 곧 가격과 임금이 얼마나 빨리 조정되는가에 달려 있다. 이 한 가지 질문이 거시경제학을 두 학파로 갈라놓은 분수령이다.

한국 사례로 보기

코로나19 초기(2020년)는 소비·투자가 한꺼번에 얼어붙은 거대한 총수요충격이자 디플레이션갭 상황이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으로 소비(C)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로 투자(I)를 밀어 AD를 오른쪽으로 끌어올렸다. 반대로 2022년 전후에는 공급망 교란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라는 공급충격이 겹쳐 물가가 치솟자, 이번엔 금리를 올려 과열된 수요를 식히는 정반대 처방이 동원됐다.

요약

경제학개론 6강 Part 2에서 다룬 성장과 경기변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경제성장 = 실질GDP의 지속적 증가. 생활수준은 1인당 실질GDP로 본다. 성장은 복리.
  • 성장 동력 — 자본 축적, 노동, 인적자본, 기술 진보, 생산성. 장기 성장에서는 기술·생산성이 가장 중요.
  • AD-AS 모형 — 가로축 실질GDP, 세로축 물가. 미시 수요·공급의 거시 확장판이지만 곡선의 '이유'는 다르다.
  • AD 우하향 — 자산효과·이자율효과·순수출효과 때문. 구성은 C+I+G+NX.
  • AS의 두 얼굴 — 단기 SAS는 가격 경직성 때문에 우상향, 장기 LAS는 잠재GDP에서 수직(물가 무관).
  • 경기변동 — AD·SAS의 이동(수요충격·공급충격)으로 발생. 나쁜 공급충격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른다.
  • 경기갭 — 인플레이션갭(과열)과 디플레이션갭(침체). 거시정책의 목표는 균형GDP를 잠재GDP에 맞추는 것.

다음 강(7강)에서는 이번에 미뤄 둔 두 가지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디플레이션갭이 낳는 실업, 인플레이션갭이 낳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그 둘의 단기적 맞교환 관계를 그린 필립스곡선이다. 오늘의 AD-AS 그래프가 그 모든 논의의 토대가 된다.

참고 문헌

맥코넬·브루·플린, 『알기 쉬운 경제학』(5판), 정기화 역, 생능출판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 (www.bok.or.kr)

통계청, 국민소득·경기종합지수 (kostat.go.kr)

경제학개론 경제성장 총수요 총공급 AD-AS 모형 경기변동 잠재GDP 스태그플레이션
junet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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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 수업을 자기 말로 재해석하고 실무와 연결하는 학습 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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