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S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화폐 - 경기를 다루는 두 손

junetapa 2026. 7. 25 경제학개론 7강 (2/2) 15 min read

앞 글에서 실업과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시경제의 두 적을 만났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 적과 싸워야 한다. 그 무기가 바로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다. 정부는 지출과 세금이라는 손으로, 한국은행은 금리와 통화량이라는 손으로 경제 전체의 총수요를 밀고 당긴다. 7강 후반부에서는 이 두 손이 각각 어떻게 작동하는지, 화폐란 무엇이고 통화량은 어떻게 재는지, 그리고 이 강력해 보이는 무기들이 왜 생각만큼 잘 듣지 않는지를 따라가 본다.

재정정책 — 정부의 지갑

재정정책(fiscal policy)은 정부가 지출과 조세를 조절해 경제 전체의 총수요를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도로를 깔고, 공무원에게 월급을 주고, 복지를 지급하며 돈을 쓴다(정부지출). 동시에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는다(조세). 이 두 손잡이를 어느 방향으로 돌리느냐에 따라 경제를 띄울 수도, 식힐 수도 있다.

경기가 어느 국면에 있느냐에 따라 재정정책은 두 방향으로 쓰인다.

구분 확장적 재정정책 긴축적 재정정책
언제 경기 침체·실업 증가 경기 과열·물가 상승
정부지출 늘린다 (SOC·복지 확대) 줄인다
조세 줄인다 (감세) 늘린다 (증세)
효과 총수요 ↑ → 생산·고용 ↑ 총수요 ↓ → 물가 안정

경기가 침체되어 실업이 늘어날 때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쓴다. 도로·철도·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SOC)에 돈을 풀고 세금을 깎아 가계와 기업의 손에 쓸 돈을 남긴다. 그러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 총수요가 살아나고, 생산과 고용이 따라 오른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되어 물가가 치솟을 때는 긴축적 재정정책으로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더 걷어 과열된 수요를 식힌다.

2020년 코로나 충격 때 한국 정부가 여러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난지원금을 푼 것이 전형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이다. 멈춰 선 소비를 정부가 직접 돈을 풀어 떠받친 것이다.

승수효과와 자동안정화장치

승수효과 — 풀린 돈이 불어난다

재정정책이 특별히 강력한 이유는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 때문이다. 정부가 1조 원을 풀면 효과가 딱 1조 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건설사에 1조 원을 주면, 그 돈은 건설 노동자의 임금이 되고, 노동자는 그 일부로 외식을 하고 옷을 산다. 그러면 식당 주인과 옷가게 주인의 소득이 늘고, 그들이 또 소비를 한다. 이렇게 한 사람의 지출이 다른 사람의 소득이 되며 돈이 경제 안에서 꼬리를 물고 돌면, 처음 풀린 1조 원이 여러 배의 총수요를 만들어낸다.

왜 '여러 배'가 되는가

핵심은 사람들이 소득의 일부를 다시 소비한다는 데 있다. 소득 중 소비로 쓰는 비율(한계소비성향)이 높을수록 돈이 더 많이 돌아 승수가 커진다. 다만 소득의 일부는 저축되거나 세금·수입품 구매로 빠져나가므로, 승수가 무한히 커지지는 않는다. 이 '새는 부분'이 클수록 승수효과는 줄어든다.

자동안정화장치 — 알아서 작동하는 브레이크

그런데 모든 재정 대응이 정부의 의식적인 결정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경제에는 정책 결정자가 손을 대지 않아도 경기를 자동으로 누그러뜨리는 자동안정화장치(automatic stabilizer)가 이미 내장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누진세실업급여다.

  • 누진소득세 — 경기가 좋아 소득이 늘면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올라가 세금을 더 내게 되어, 과열을 자동으로 식힌다. 반대로 불황으로 소득이 줄면 세 부담이 자동으로 가벼워진다.
  • 실업급여·복지지출 — 불황으로 실업이 늘면 실업급여 지급이 자동으로 늘어 소비 붕괴를 막아준다. 경기가 좋아지면 지급이 줄어든다.

이 장치들은 국회의 입법이나 정부의 발표 없이도 경기 국면에 따라 알아서 작동하기 때문에, 뒤에서 다룰 '정책 시차'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경기 변동의 진폭을 자동으로 줄여주는 일종의 완충재인 셈이다.

재정정책의 한계, 구축효과

재정정책이 만능이라면 정부는 불황 때마다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면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발목을 잡는 부작용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려면 돈이 필요하고, 세금만으로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해 시장에서 돈을 빌린다. 정부가 돈을 대량으로 빌리면 시중 자금에 대한 수요가 커져 이자율이 올라간다. 그런데 이자율이 오르면 기업은 투자 비용이 비싸져 설비투자를 줄이고, 가계도 대출이 부담스러워 소비를 줄인다. 결국 정부가 지출을 늘려 총수요를 밀어 올린 만큼, 민간의 투자와 소비가 밀려나며 효과가 상쇄된다. 정부 지출이 민간 지출을 '몰아낸다'는 뜻에서 구축효과라 부른다.

한 줄로 정리

구축효과 = 정부가 돈을 빌리며 금리를 끌어올려 → 민간 투자·소비가 위축 → 재정정책의 효과가 부분적으로 상쇄. 그래서 재정정책은 이자율 변화를 함께 봐야 하고, 통화정책과 손발이 맞아야 제 힘을 낸다.

이 밖에도 재정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를 통과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정책 시차) 막상 돈이 풀릴 즈음엔 경기가 이미 바뀌어 있을 수 있고, 지출을 늘리면 나라 빚(국가채무)이 쌓인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재정정책 하나만으로 경기를 다루지 않고, 다음에 볼 통화정책과 함께 묶어서 쓴다.

화폐란 무엇인가

통화정책으로 넘어가기 전에, 그 정책이 다루는 대상인 화폐(money)부터 정리하고 가야 한다. 화폐는 그저 지폐와 동전이 아니다. 경제학은 화폐를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가 아니라 '어떤 기능을 하는가'로 정의한다. 화폐의 핵심 기능은 세 가지다.

01

교환의 매개수단

물물교환의 불편을 없애주는 기능. 화폐가 없다면 쌀을 가진 사람이 신발을 사려면 마침 쌀이 필요한 신발 장수를 찾아야 한다(욕망의 이중적 일치). 화폐는 이 번거로움을 없애 거래를 매끄럽게 만든다. 가장 본질적인 기능이다.

02

가치의 척도(회계 단위)

모든 상품의 가치를 '원'이라는 공통 자로 잴 수 있게 해 준다. 사과 한 알을 신발 몇 켤레로 표현하는 대신, 사과는 1,000원, 신발은 5만 원으로 통일해 비교를 쉽게 한다.

03

가치의 저장수단

지금 번 돈을 미래로 옮겨 쓸 수 있게 해 준다. 생선은 며칠이면 썩지만, 화폐로 바꿔두면 가치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쓸 수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심하면 이 저장 기능이 훼손된다는 점이 앞 글과 연결된다.

이 세 기능을 잘 수행할수록 좋은 화폐다. 인플레이션이 화폐의 적인 이유도 여기서 드러난다. 물가가 치솟으면 가치의 척도와 저장수단으로서의 신뢰가 무너지고, 심하면 사람들이 화폐 대신 실물이나 외화를 찾으면서 교환의 매개 기능까지 흔들린다.

통화량 지표 M1과 M2

중앙은행이 '돈의 양'을 조절한다고 할 때, 그 '돈의 양'은 무엇을 가리킬까? 현금만 세면 될까? 문제는 화폐처럼 쓰이는 자산이 현금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래서 통화량은 '얼마나 쉽게 쓸 수 있는가(유동성)'를 기준으로 여러 단계로 나눠 측정한다. 대표적인 것이 M1과 M2다.

지표 포함 범위 성격
M1
(협의통화)
현금 + 요구불예금 + 수시입출식 예금 당장 결제에 쓸 수 있는 '진짜 현금성' 돈. 유동성 최고
M2
(광의통화)
M1 + 정기예적금 + 시장형 상품 등(만기 2년 미만) 약간의 시간·이자 손실로 현금화 가능. 가장 널리 쓰는 통화 지표

M1(협의통화)은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돈이다. 지갑 속 현금과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보통예금이 여기 들어간다. 가장 유동성이 높은 좁은 의미의 통화다. M2(광의통화)는 여기에 정기예금·적금처럼 약간의 손실을 감수하면 곧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까지 더한 넓은 의미의 통화다. 통화량 흐름을 볼 때 가장 자주 쓰이는 지표가 M2다.

이렇게 단계를 나누는 이유는 단순하다. 유동성이 높을수록 곧바로 소비·결제로 이어져 물가와 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이 통화량 지표들의 움직임을 보며 경제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는지, 부족한지를 판단한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수단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은 중앙은행이 통화량과 금리를 조절해 경기와 물가를 다루는 정책이다. 한국에서 이 역할을 맡는 것이 한국은행이다.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중앙은행으로서, 물가 안정을 제1 목표로 삼아 시중의 돈줄을 죈다 풀었다 한다. 통화정책의 손잡이는 크게 세 가지다.

공개시장운영
국공채를 사고팔아 시중 통화량을 직접 조절. 가장 자주 쓰는 수단
지급준비율
은행이 의무로 쌓는 돈의 비율을 조정해 대출 여력을 통제
기준금리(여수신)
한은이 정하는 정책금리. 시중금리 전체의 기준점
통화정책 3대 수단 — 통화량을 직접(①②) 또는 금리를 통해(③) 조절한다

공개시장운영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에서 국공채를 사고파는 방식이다. 한은이 채권을 사면 그 대금이 시중에 풀려 통화량이 늘고, 채권을 팔면 시중의 돈을 회수해 통화량이 준다. 가장 자주, 가장 정교하게 쓰는 핵심 수단이다.

지급준비율 조정

은행은 예금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한은에 쌓아둬야 한다(지급준비금). 이 비율을 높이면 은행이 대출에 쓸 돈이 줄어 통화량이 감소하고, 낮추면 대출 여력이 늘어 통화량이 증가한다. 효과가 강력해 자주 쓰지는 않는다.

기준금리(정책금리) 결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하는 정책금리로, 시중 모든 금리의 기준점이 된다. 뉴스에서 "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이라고 할 때 바로 이것이다. 오늘날 통화정책의 중심축은 사실상 이 기준금리다.

경기 국면에 따라 이 수단들은 두 방향으로 묶여 쓰인다. 경기가 나쁘면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채권을 사고 지급준비율을 낮추며 기준금리를 내려 돈을 푼다.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가 오르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채권을 팔고 기준금리를 올려 돈을 거둬들인다.

금리가 경기로 전달되는 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하나를 바꾸면, 그것이 어떻게 동네 가게 매출과 내 일자리에까지 영향을 줄까? 그 과정을 단계별로 따라가 보면 통화정책의 작동 원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확장적 통화정책(금리 인하)을 예로 들어 보자.

기준금리 인하 ↓ 시중금리 하락 ↓ 투자·소비 증가 ↑ 총수요 증가 ↑ 생산·고용 반대로 기준금리 인상 → 시중금리 상승 → 투자·소비 감소 → 총수요 감소 → 물가 안정
통화정책 전달경로 — 기준금리 한 번의 변화가 시중금리·투자·소비를 거쳐 총수요와 고용에 닿는다

흐름은 이렇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 은행 예금·대출 금리 같은 시중금리가 함께 내려가고 → 기업은 싸진 이자로 돈을 빌려 설비투자를 늘리고 가계도 대출 부담이 줄어 소비를 늘린다 → 투자와 소비가 늘면 총수요가 커지고 → 늘어난 수요를 맞추려 기업이 생산을 늘리며 고용이 증가한다. 결국 경기가 살아난다. 긴축은 이 화살표를 정반대로 돌리면 된다. 금리를 올려 투자·소비를 억제하고 총수요를 식혀 물가를 잡는다.

통화정책의 시차와 한계

이 경로는 깔끔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곳곳에서 새고 늦는다. 가장 큰 문제는 시차(time lag)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그 효과가 투자·소비를 거쳐 생산과 고용에 나타나기까지 보통 여러 달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 그래서 막상 효과가 나타날 즈음엔 경기 상황이 이미 바뀌어, 자칫 경기를 더 출렁이게 만들 위험도 있다.

  • 긴 시차 — 금리 변화가 실물경제에 닿기까지 오래 걸려,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 유동성 함정 — 금리가 이미 0에 가까우면 더 내릴 여지가 없어 통화정책이 무력해진다. 돈을 풀어도 투자·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 공급충격에 무력 — 앞 글의 스태그플레이션처럼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에는 통화정책이 잘 듣지 않는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두 정책을 함께 보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둘 다 총수요를 조절하지만 주체와 수단이 다르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지출·세금으로,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금리·통화량으로 움직인다. 재정정책은 효과가 직접적이지만 구축효과와 나라 빚이라는 부작용이, 통화정책은 부작용이 적은 대신 긴 시차와 유동성 함정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현실의 거시정책은 두 손이 손발을 맞춰 함께 작동할 때 가장 힘을 낸다.

요약

경제학개론 7강 Part 2에서 다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재정정책 — 정부가 지출·조세로 총수요를 조절. 침체 때 확장적(지출↑·감세), 과열 때 긴축적(지출↓·증세).
  • 승수효과·자동안정화장치 — 풀린 돈이 소득→소비로 돌며 여러 배로 불어남(승수). 누진세·실업급여는 입법 없이도 경기를 자동으로 완충.
  • 구축효과 — 정부가 돈을 빌리며 금리를 끌어올려 민간 투자·소비를 밀어내, 재정정책 효과가 일부 상쇄. 시차·국가채무도 한계.
  • 화폐의 세 기능 — 교환의 매개,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 인플레이션은 저장·척도 기능을 훼손한다.
  • 통화량 M1·M2 — 유동성 기준으로 측정. M1(현금성·협의통화), M2(정기예적금까지·광의통화·가장 널리 사용).
  • 통화정책 3대 수단 — 공개시장운영(국공채 매매), 지급준비율, 기준금리.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목표로 운용.
  • 전달경로와 한계 — 기준금리↓ → 시중금리↓ → 투자·소비↑ → 총수요↑ → 고용↑. 단 긴 시차, 유동성 함정, 공급충격에는 무력.

이로써 7강에서 거시경제의 두 적(실업·인플레이션)과 그에 맞서는 두 손(재정·통화정책)을 모두 살펴봤다. 다음 8강에서는 시야를 국경 밖으로 넓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거래인 국제무역과 환율을 다룬다. 한 나라 안의 총수요 이야기가 어떻게 무역수지와 환율로 이어지는지 보게 된다.

참고 문헌

맥코넬·브루·플린, 『알기 쉬운 경제학』(5판), 정기화 역, 생능출판

한국은행, 통화정책 운영체계 및 기준금리 결정 해설(www.bo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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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 수업을 자기 말로 재해석하고 실무와 연결하는 학습 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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