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3차원 — 고객이 진짜 사는 것
마케팅에서 제품은 세 겹으로 이뤄진다. 안쪽일수록 본질이고 바깥쪽일수록 부가가치다.
| 차원 | 의미 | 예 (스마트폰) |
|---|---|---|
| 핵심제품 | 고객이 진짜 사는 근본 편익 | "언제 어디서나 연결" |
| 유형제품 | 그 편익을 담은 실제 형태(품질·디자인·브랜드) | 기기, 화면, 브랜드 |
| 확장제품 | 덧붙는 부가 서비스 | A/S, 보증, 약정, 클라우드 |
하버드의 레빗이 남긴 명언이다. 고객은 드릴(유형제품)을 원하는 게 아니라 벽에 뚫을 구멍(핵심제품)을 원한다. 마케터가 핵심제품을 놓치고 유형제품만 다듬으면, 더 나은 방식으로 '구멍'을 제공하는 경쟁자에게 밀린다.
제품의 분류
소비재는 구매 행태에 따라 셋으로 나뉜다. 분류에 따라 유통·촉진 전략이 완전히 달라진다.
| 유형 | 특징 | 예 |
|---|---|---|
| 편의품 | 자주·습관적·저관여 구매. 광범위 유통 | 껌, 음료, 생필품 |
| 선매품 | 비교·검토 후 구매. 중간 관여 | 의류, 가전, 가구 |
| 전문품 | 강한 브랜드 충성·고관여. 특정 점포 탐색 | 명품, 고급차, 카메라 |
제품믹스 — 폭·길이·깊이
기업이 파는 제품 전체의 구성을 제품믹스(Product Mix)라 한다. 세 차원으로 본다.
- 폭(Width) — 제품라인의 개수 (예: 음료·과자·라면 = 3개 라인).
- 길이(Length) — 한 라인 안 품목 수 (음료 라인에 콜라·사이다·주스…).
- 깊이(Depth) — 한 품목의 변형 수 (콜라의 용량·맛·패키지 종류).
- 일관성(Consistency) — 라인들이 용도·생산·유통에서 얼마나 관련 있는가.
네 차원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으로 늘릴지 고르는 일이다. 늘리는 방향은 대체로 셋이다.
- 라인 확장 — 같은 브랜드 안에서 맛·용량·성분을 늘린다. 진열 공간을 더 가져오고 개발비가 적게 드는 대신, 새로 늘린 품목이 기존 품목의 매출을 갉아먹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이 일어난다. 제로 음료가 늘어난 만큼 일반 음료가 줄어든 것이 늘 순증인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 브랜드 확장 — 기존 브랜드로 다른 라인에 들어간다. 인지도를 그대로 쓰지만, 새 영역에서 실패하면 원래 브랜드의 이미지까지 함께 깎인다.
- 새 라인 추가 — 폭을 넓힌다. 위험이 가장 크고 학습도 가장 크다.
일관성이 낮으면 위험은 분산되지만 생산·유통에서 규모의 이점을 잃는다. 반대로 일관성이 높으면 효율은 좋아도 그 시장이 꺾일 때 같이 꺾인다. 제품믹스를 늘릴지 줄일지는 결국 이 둘 사이에서 어디에 서겠느냐는 선택이다.
제품수명주기(PLC) 4단계
사람처럼 제품도 태어나 자라고 늙는다.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는 매출을 시간축에 따라 그린 곡선으로, 도입 → 성장 → 성숙 → 쇠퇴의 네 단계를 거친다.
PLC 단계별 마케팅 전략
각 단계는 매출·이익·경쟁 양상이 달라, 마케팅 처방도 달라진다.
| 단계 | 특징 | 마케팅 초점 |
|---|---|---|
| 도입기 | 매출 낮음, 적자, 경쟁자 적음 | 제품 인지도 확보, 초기 수용자 공략 |
| 성장기 | 매출 급증, 이익 증가, 경쟁자 진입 | 시장점유율 확대, 브랜드 강화, 유통 확대 |
| 성숙기 | 매출 정점·둔화, 경쟁 치열 | 차별화·시장 방어, 점유율 유지(자금젖소) |
| 쇠퇴기 | 매출 하락 | 비용 절감·수확 또는 철수 결정 |
PLC와 BCG는 짝을 이룬다. 성장기 고점유 제품이 스타, 성숙기 고점유 제품이 자금젖소, 쇠퇴기 저점유 제품이 개다. 제품의 수명 단계가 사업 포트폴리오상 위치를 결정한다.
PLC 곡선이 늘 S자인 것은 아니다
수명주기는 편리한 틀이지만 그대로 믿으면 판단을 그르친다. 실제 매출 곡선은 제품 성격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 패드(fad) — 급하게 오르고 급하게 꺼진다. 성숙기라 할 구간이 사실상 없다. 유행 완구·한철 간식이 여기 속한다.
- 유행(fashion) —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쇠퇴기가 끝이 아니라 다음 순환의 앞자락이다.
- 스타일(style) — 아주 길게 이어지며 주기적으로 되살아난다. 가구·의류의 기본 형태가 그렇다.
더 조심할 것은 인과가 거꾸로 붙는 경우다. 매출이 꺾이면 「쇠퇴기에 들어섰으니 투자를 줄이자」고 판단하기 쉬운데, 광고와 유통을 줄이면 매출은 실제로 더 떨어진다. 그러면 쇠퇴기라는 진단이 스스로를 증명해 버린다. 단계를 먼저 정해 놓고 전략을 맞추는 순서가 아니라, 왜 꺾였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순서여야 한다.
단계 판정도 사후에나 분명해진다. 성장기의 일시적 정체와 성숙기 진입은 그 시점에는 구분되지 않는다. PLC는 지난 것을 설명하는 데 강하고 지금을 판정하는 데 약한 틀이라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기술수용주기 5집단
신제품, 특히 혁신 제품은 모든 소비자가 동시에 받아들이지 않는다. 로저스(Rogers)는 수용 시점에 따라 소비자를 다섯 집단으로 나눴다. 종 모양 곡선을 이룬다.
| 집단 | 비율 | 특성 |
|---|---|---|
| 혁신수용자 | 2.5% | 모험적. 새것 자체를 즐김 |
| 선각수용자 | 13.5% | 의견선도자. 비전 보고 도입 |
| 전기다수수용자 | 34% | 신중. 검증된 뒤 도입 |
| 후기다수수용자 | 34% | 회의적. 대세가 된 뒤 도입 |
| 지각수용자 | 16% | 보수적. 마지막에 마지못해 |
캐즘 — 죽음의 계곡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는 종형 곡선이 매끄럽지 않다고 봤다. 선각수용자(13.5%)와 전기다수(34%) 사이에 깊은 틈, 곧 캐즘(Chasm)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혁신 제품이 초기 마니아층(혁신·선각수용자)에게는 팔리지만, 주류 시장(전기다수)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이 틈에 빠져 사라진다.
이유는 두 집단의 성격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선각수용자는 "남보다 앞서려고" 불완전한 제품도 받아들이지만, 전기다수는 "실패하지 않으려고" 검증된 것만 산다. 마니아에게 통한 "혁신적이다"라는 메시지가 주류에게는 "위험하다"로 들린다.
무어의 처방은 "볼링핀 전략"이다. 전체 주류 시장을 한 번에 노리지 말고, 하나의 틈새 주류 시장(예: 특정 산업·직군)을 정해 그곳에서 완결된 해결책(완전완비제품)으로 확실한 레퍼런스를 만든 뒤, 그것을 발판으로 옆 시장으로 넘어뜨리며 확산하라는 것이다. STP의 집중화 전략이 여기서 다시 등장한다.
여기서 완전완비제품(whole product)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선각수용자는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메워 가며 쓰지만, 전기다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설치·교육·연동·사후지원까지 갖춰져야 비로소 「살 만한 것」이 된다. 핵심제품만 뛰어난 상태로 주류 시장에 들어가면 캐즘에 그대로 빠진다 — 앞에서 본 제품 3차원 가운데 확장제품이 승부를 가르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요약
마케팅원론 5강 Part 2에서 다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제품 3차원 — 핵심(편익)·유형(형태)·확장(부가서비스). "드릴이 아니라 구멍을 판다."
- 제품 분류 — 편의품·선매품·전문품. 관여도와 유통 전략이 다르다.
- 제품믹스 — 폭(라인 수)·길이(품목 수)·깊이(변형 수)·일관성.
- PLC 4단계 — 도입·성장·성숙·쇠퇴. BCG(스타·자금젖소·개)와 연결.
- 기술수용주기 — 혁신(2.5)·선각(13.5)·전기다수(34)·후기다수(34)·지각(16).
- PLC의 한계 — 패드·유행·스타일은 S자를 그리지 않는다. 단계를 먼저 정하고 전략을 맞추면 진단이 스스로를 증명해 버린다.
- 캐즘 — 선각수용자와 전기다수 사이의 틈. 틈새 집중(볼링핀)으로 건넌다.
제품이라는 첫 번째 P를 다뤘다. 다음 6강에서는 두 번째 P, 가격(Price)으로 들어간다. 가격을 정하는 세 가지 방법, 그리고 단수가격·스키밍·시장침투처럼 소비자 심리를 파고드는 가격 전술을 다룬다.
이종명, 『BIG PICTURE로 보는 마케팅원론』(개정판), 세명서관
Everett Rogers, Diffusion of Innovations (1962) — 기술수용주기
Geoffrey Moore, Crossing the Chasm (1991) — 캐즘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