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가 산소를 막는다」는 설명부터
컬러렌즈가 눈에 나쁘다는 말에는 대개 같은 설명이 따라붙는다. 렌즈에 색을 입혔으니 그만큼 산소가 덜 통하고, 각막은 혈관이 없어 공기에서 직접 산소를 받으니, 결국 각막이 숨을 못 쉰다는 것이다.
앞부분은 맞다. 각막에는 혈관이 없다. 그래서 눈을 뜨고 있는 동안 필요한 산소의 상당 부분을 눈물층을 거쳐 공기에서 직접 받는다. 렌즈를 얹으면 그 통로에 한 겹이 끼는 것도 맞다.
확인이 멈추는 곳은 그다음이다. 「색을 입혔으니 산소가 덜 통한다」는 대목이 실제로 측정된 적이 있는가. 찾아보니 있었고,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색소를 광학부 한가운데에 넣고 재 봤다
컬러렌즈의 색소는 보통 가장자리나 중간 둘레에 있다. 그런데 산소투과도는 렌즈 한가운데(광학부)를 통과하는 값으로 잰다. 색소가 가장자리에 있으면 측정 지점에 아예 안 걸린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 연구는 색소를 일부러 한가운데에 넣은 특수 렌즈를 따로 만들어 쟀다. 그래야 색소의 몫만 떼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측정은 국제표준(ISO 18369-4) 방식을 따랐다.
결과 — 19.7 대 19.5
가장자리 보정을 거친 색소 렌즈의 산소투과계수는 19.7이었고, 같은 재질의 색소 없는 대조 렌즈는 19.5였다(단위 ×10-11). 표준이 정한 허용 범위(±20퍼센트) 안이다. 렌즈를 담그는 용액에 다른 성분을 넣어 멸균한 경우도 20.1 대 20.0으로 갈리지 않았다.
즉 이 실험에서 색소는 산소투과도를 낮추지 않았다. 색을 입혔다는 사실 자체는 각막이 받는 산소량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측정은 렌즈 제조사가 직접 수행한 연구이고, 재질도 에타필콘 A 한 가지다. 세상의 모든 컬러렌즈가 그렇다는 뜻이 아니라, 「색소 = 산소 차단」이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까지가 이 자료가 받쳐 주는 범위다.
산소를 가른 것은 색이 아니라 재질이었다
그러면 각막이 받는 산소는 무엇이 정하나. 렌즈의 재질과 두께다. 이 둘을 묶은 값을 산소전달률이라고 부르고, 렌즈 규격표에 적히는 그 숫자다.
얼마부터 부족해지나
일곱 명에게 산소전달률이 2.4부터 115.3까지 벌어지는 렌즈 다섯 종을 무작위 순서로 씌우고 오후 세 시간 착용시킨 뒤 각막 두께를 잰 연구가 있다. 각막이 붓기 시작하지 않는 경계는 렌즈 중심 19.8 · 주변부 32.6으로 나왔다.
여기서 저자들이 덧붙인 문장이 중요하다. 재래식 하이드로겔 렌즈 중에는 중심과 주변부 기준을 «둘 다» 넘는 것이 일반적으로 없다. 반면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는 둘 다 넘는다.
눈을 감으면 기준이 뛴다
다른 연구는 각막 안에서 산소가 어떻게 퍼지는지를 모형으로 다시 계산했다. 상피 아래층까지 산소가 닿게 하려면 산소전달률이 눈을 뜬 상태에서 23, 감은 상태에서 89 필요했다. 각막 전체 두께에서 무산소를 막으려면 35과 125였다.
눈을 감으면 눈꺼풀이 공기를 막아 산소원이 결막 혈관으로 바뀐다. 그래서 같은 렌즈가 낮에는 충분하고 밤에는 모자라게 된다. 「렌즈를 끼고 자지 말라」가 관용구가 아니라 숫자로 갈리는 이유다.
그러면 컬러렌즈에서 실제로 갈린 자리는 어디였나
색이 아니라 색소가 어디에 있느냐였다. 정확히는 색소가 렌즈 안에 봉해져 있는지, 아니면 표면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지다.
면봉으로 문질러 봤다
한 연구가 안경원과 일반 소매점, 인터넷에서 컬러렌즈 15개 브랜드를 사 모았다. 그리고 젖은 면봉으로 렌즈 양면을 한 면당 최대 20번 살살 문질러 색소가 벗겨지는지 봤다.
15개 중 13개에서 색소가 벗겨졌다. 색소가 표면에 노출돼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세균이 붙었다
같은 브랜드의 새 렌즈를 녹농균 배양액에 하룻밤 담근 뒤 붙은 균을 셌다. 문지름 시험에 실패한 13개 브랜드는 렌즈 한 장당 87만~190만 개가 붙었다. 색소가 안 벗겨진 2개 브랜드는 적어도 6배 적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그다음이다. 색소가 봉해진 그 두 브랜드는 같은 회사의 «색 없는» 렌즈와 비교했을 때 세균 부착량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색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같은 실험 안에서 보여 준 셈이다.
왜 표면에 드러난 색소에 세균이 붙나
국내 연구진이 그 이유를 표면 자체에서 찾았다. 같은 제조사가 같은 재질로 만든 컬러렌즈와 일반 렌즈를 나란히 놓고 원자현미경으로 표면 거칠기를 쟀다. 같은 재질로 맞춘 것은 재질 차이를 빼고 «색을 입힌 것»만 남기기 위해서다.
컬러렌즈 쪽 표면이 의미 있게 더 거칠었다. 그리고 황색포도알균과 녹농균 모든 시점에서 컬러렌즈에 더 많이 붙었고, 그 양은 표면 거칠기와 함께 움직였다.
결정적인 관찰은 세균이 붙은 «위치»였다. 컬러렌즈에서 세균은 색이 없는 부분이나 바깥면이 아니라 색을 입힌 면에 주로 몰려 있었다.
같은 연구에서 녹농균은 황색포도알균보다 먼저 붙었지만, 손으로 문지르거나 다목적 소독액에 담갔을 때 더 잘 떨어졌다. 세척이 소용없다는 뜻이 아니라, 붙는 양 자체가 많아지면 세척이 감당해야 할 몫도 커진다는 뜻으로 읽는 편이 맞다.
거친 표면은 세균이 걸릴 자리를 늘린다. 저자들은 이것이 컬러렌즈 사용자에게서 세균각막염 비율이 더 높게 보고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래서 무엇을 보면 되나
여기까지 오면 확인할 것이 「색이 있냐 없냐」에서 두 가지로 바뀐다.
하나 — 재질
산소는 재질이 정한다. 규격표나 포장에 적힌 재질 이름과 산소전달률을 본다. 실리콘 하이드로겔 계열은 앞의 기준을 대체로 넘고, 재래식 하이드로겔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둘 — 색소의 자리
색소가 렌즈 안에 봉해져 있는지가 세균 부착을 갈랐다. 제품 설명에서 색소를 층 사이에 넣었다고 밝히는지,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인지를 본다.
앞의 문지름 시험은 실험실에서 «착용하지 않을» 렌즈에 한 것이다. 눈에 넣을 렌즈를 면봉으로 문지르면 색소가 벗겨지는지 알기 전에 렌즈가 상하고 오염된다. 확인은 제품 표시와 허가 여부로 하고, 이상이 느껴지면 렌즈를 빼고 안과에서 본다.
그리고 시간
재질이 좋아도 눈을 감으면 기준이 뛴다. 착용 시간을 줄이는 것과 낀 채로 자지 않는 것은 색소와 무관하게 그대로 남는다.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
세 가지는 이 자료들로 답할 수 없다.
첫째, 「컬러렌즈가 일반 렌즈보다 안전하다」가 아니다. 시장에 나온 15개 중 13개에서 색소가 벗겨졌다. 확률로 보면 눈에 들어가는 컬러렌즈 대다수가 표면 노출 쪽이었다는 뜻이다.
둘째, 특정 제품이 안전한지를 가리지 않았다. 인용한 연구들은 브랜드를 익명으로 처리했고, 한 회사의 한 재질에서 나온 값을 다른 제품에 그대로 옮길 수 없다.
셋째, 세균 부착량이 곧 각막염 발생률은 아니다. 실험실에서 붙은 균의 수와 사람에게 실제로 생기는 감염 사이에는 착용 습관, 세척, 보관, 눈 상태가 끼어 있다.
자주 묻는 질문
그러면 컬러렌즈를 껴도 된다는 뜻인가요?
그런 뜻이 아니다. 이 글이 정리한 것은 위험의 «자리»가 색소 자체가 아니라 색소가 표면에 드러났는지와 렌즈 재질에 있다는 것이다. 시장 표본 15개 중 13개에서 색소가 벗겨졌으니 실제로 마주치는 제품의 상당수는 조심할 쪽에 가깝다.
도수 없는 미용 렌즈는 의료기기가 아니지 않나요?
도수가 없어도 눈에 직접 닿고 각막의 산소 공급에 관여한다. 이 글이 인용한 측정들도 도수와 무관하게 재질·두께·색소 위치에서 값이 갈렸다. 구입처와 허가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맞다.
산소전달률 숫자를 어디서 보나요?
제품 규격표나 제조사 자료에 재질 이름과 함께 적힌다. 이 글에 나온 기준선은 눈을 뜬 상태에서 중심 19.8·주변부 32.6(부종 회피), 상피 산소 공급 23, 눈을 감으면 89다. 다만 이 값들은 평균적인 착용자를 가정한 모형과 소규모 실험에서 나온 것이라 개인차가 있다.
세척을 잘하면 괜찮아지나요?
도움이 되지만 상쇄되지는 않는다. 인용한 연구에서 녹농균은 문지르거나 소독액에 담갔을 때 비교적 잘 떨어졌다. 그러나 붙는 양 자체가 많아지면 세척이 감당할 몫도 커진다. 그리고 황색포도알균은 더 잘 안 떨어졌다.
눈이 붉어지거나 뻑뻑하면 어떻게 하나요?
렌즈를 빼고 그날은 다시 끼지 않는다. 통증, 시야 흐림, 빛이 부실 정도의 눈부심, 눈곱이 함께 있으면 미루지 말고 안과에서 본다. 각막 감염은 진행이 빠른 편이라 시간이 결과를 가른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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